기대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난이 풍년이다. 한 대가 지나가고 아쉽지만 그래도 어디야 하면서 잊혀질 무렵 그 화분에서 세 대가 올랐고 그 옆 십 년도 더 된 화분에서 두 대가 올랐다. 오늘 화분 두 개에서 난 향기가 그윽하다. 베란다로 눈이 가고 발이 따라간다. 코는 길어진다. 기준 좋은 날이다. 이런 맛에 난을 키우는가 보다. 잘 키우지 못했는데 좋은 향을 내게 준 난에게 미안하다. 난 향은 영혼을 맑게 한다. 마음도 평안하게 한다. 은근하게 섹시하다.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