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동생네 집

사춘기 2021. 8. 15. 00:52

연필화를 그리기 위한 도안이 복사본이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다른 수강생에게서 빌렸다.

스캔을 부탁하기 위해 동생네 집에 갔다.

동생이 근래 정리하지 못했다고 집에 들이기 꺼려 했으나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들어오라 한다.

 

넓지 않은 집에 세간살이가 많이 늘었다.

동생의 취미 생활인 커피 도구도

별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 장비도

화원을 하는 동생댁이 살리려 가져온 화분들도

그것들을 정리하지 못한 시간 부족과 겹쳐서.

 

동생은 내가 시누이 노룻을 할까봐 돌려 말을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난 남의 집 정리 정돈에 관심 없다.

모든 식구가 경제 활동 하는데 집이 깔끔하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여섯 시만 되면 집에 도착하는 직업도 아닌데

멀지 않은 곳에 친정 아버지가 혼자 계신다면 더.

 

여자에게 시자가 붙는 사람은 다 어렵다.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나도 정리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흉보나.

 

동생댁이 고맙다.

만혼을 넘어 노혼을 한 동생 내외가

아이도 없이 사는 것이 조마조마 했는데 잘 살아 고맙다.

내막이야 고만고만 하겠지만

살갑지 않은 동생과 사는 것만으로도 동생댁이 고맙다.

하물며 열심히 사는데 

집이 좁고 물건이 많고 시간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을

따로 사는 시누이가 뭐하러 말을 하는가.

둘이만 잘 살면 되지.

 

집에만 있는 우리 집은 더 어지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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