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정수기 나이는 스무 살이 넘었다. 회사에 전화해서 서비스를 받다가 어느 순간부터 직접 교체했다. 필터가 4개 각각 주기가 다름에도 언제나 같은 날 바꾼다. 이제는 집에 있으니 주기를 맞춰야지 하는 마음에 강박에 더해졌던가. 열어보니 한 개는 아직이다. 정수기 운명이 어찌될 지도 모르는데 현재에 충실하자. 필터와 연장들을 챙겨 한 곳에 두고 의자에 앉아 시작한다. 스테레오가 되지 못하니 호스가 그릇에서 벗어나 바닥이 흥건해지도록 발견하지 못했다. 날은 더운데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두꺼비 집 휴즈도 바꾸던 실력은 어디로 갔는지 호스 연결부위도 제대로 빼지 못힌다. 손과 팔에 힘이 부족해 끙끙대며 다 했다. 새 것으로 바꾸려 봉지를 여니 그 안에 도구가 있다. 바보! 일자 드라이버로 다 망가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