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기분좋은 먹먹함

사춘기 2018. 1. 9. 09:45

같이 일하던 직원이 떠나고 새로운 직원이 왔다.

해마다 이 시기에 이루어지는 이동이다.

회사는 개인이 혼자서 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도 중요하고 사람도 중요하다.

다행하게 나는 내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 직원들과 함께 일했다.

이번에도 그 전통을 이어가기를 원했고 기둥과 대들보를 겸하고 있는 직원은 남기를 원했다.

하지만 내 눈에 기둥과 대들면 남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품기엔 큰 존재는 떠났다.

떠날 요소가 있는 사람들 몇은 이 곳에서 일하겠다고 우겨 남았다.


어제 퇴근 시간이 지나 떠난 사람들이 인수인계를 위해 왔다.

새로운 곳으로 간 젊은 직원에게는 내가 그 일에서 겪고 느꼈던 점을 말 해주고

자기의 영전을 위해 떠난 사람에게는 꽃길을 걷기를 축원해 주고

기둥겸 대들보에겐 고맙다는 말과 건강을 챙기라는 걱정도 전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눈이 시큰해지기 전 가슴부터 먹먹해졌다.

나랑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을 들어서다.


나를 포장하지 못해 나의 장점으로 단점을 덮는 기술을 갖지 못해 항상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소문에 시달렸다.

같은 사무실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듣지 못한 소문을

그 외 사람들에 의해서 왜곡되고 확대되어 재생산되면서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조차 험담이 나왔다.

내 잘못이니까 더 열심히 라는 생각으로 살았지만

그것이 사람의 본능이고 욕망이라는 걸 알고 나니 허탈해 몸살을 앓기도 했다. 


내가 하지 못한 것들을 좋게 생각하고 받아들인 사람들이 나를 변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랑 같이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생겼다.

내가 떠날 때 눈믈을 글썽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 오랜기간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었던가.

난 내가 삶을 잘못살았나 하는 생각에 십년을 넘게 방황했다. 


그러나 여전히 원리원칙을 준수하고 나랑 친하다고 해서 정보를 미리 주거나 가점을 주지 않는 내게는

호감보다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이라도 좋다.

같이 따라가 일하고 싶었다는 말들을 들으면서 결코 헛살지 않았음을 느끼는 순간

가슴이 터질듯이 먹먹해졌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막하 출혈  (0) 2018.01.17
요양원에 다녀오다.  (0) 2018.01.12
자동차 정점 이론  (0) 2018.01.08
영화를 보다  (0) 2018.01.08
질 때도 슈퍼문  (0) 201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