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만 지나면 황금연휴다.
이 연휴도 내게는 몇 년 지나면 달력에만 있는 연휴가 될 것이다.
올 광복절 연휴는 내 마음껏 즐겨볼 작정이다.
어제 수술 6개월 정기 진료차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는 왜 MRI를 찍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본인이 말만 하고는 입력하지 않았고 내가 간호사에게 확인을 요청하니까
컴퓨터 기록만 보고는 없다고 콧방귀도 뀌지 않았었다.
덕분에 나는 하루 더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
특진 진료비까지 내가 부담해 가면서 직장에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내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간호사가 의사에게 물었으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내 연휴는 아주 편안한 연휴가 되었다.
휴가 기간 중 병원에 와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MRI 촬영 일정이 많이 밀려 휴가가 끝난 다음 주에 진료예약이 잡혔다.
연 초 병가 때문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휴가를 얻었다.
그 간호사에게 항의를 해야 하나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나.
연휴기간 중 발길 닿는 대로 떠나려 한다.
지난해 친구와 떠났던 속초여행처럼 가다가 마음에 들면 멈추고 먹고 싶으면 먹고
그렇게 떠돌다가 올 예정이다.
누군가가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다닐 수 없는 나를 위해 애쓰는 친구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으나 연휴기간 중에는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사물이 다 비치는 미러형 선글라스를 끼고
몸에 착 달라붙은 바지에 노랑색 티셔츠를 입고 누빌 예정이다.
살들이 출렁거리거나 말거나 남의 시선을 무시한 채
남이야 눈이 아프거나 말거나 나 혼자 내 멋에 취한 연휴를 보내고 돌아오려고 한다.
남들의 시선은 선글라스가 가려 줄 것이고
넓은 챙을 가진 밀짚모자가 얼굴도 안보이게 할 테니까.
이제 만세도 가능해진 팔로 휘젓고 다니다 올 예정이다.
연휴야!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