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진화

사춘기 2011. 2. 23. 10:02

평소 진지한 책을 읽지 않고 보면서 지식을 습득한다.

(꽉 막힌 내 현실에서 도피하느라)

가장 난체하기 쉬운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

다 따라가지도 못하면서 ~에서 봤는데

하며 시작하고 맺는다.

치사하다.

 

어제 엄마 때문에 이야기 하다가

동료직원이 하는 말에 기분이 그대로 곤두박질 쳤다.

 

장인은 성질만 남은 식물인간 비슷한..

장모는 폐암

처남은 대학교 가르켜 졸업시켰더니 백수

처제는 무능력자

부인은 맞벌이

자기 부친은 10년이 넘는 병치레 끝에 하늘나라로...

 

솔직히 내가 이런 말 하면 죄로 가지만요 이야기 했어요

내가 네가 그런 처지인줄 알았으면 절대로 결혼하지 않았다고

물론 그 뒤에는 연애만 하지 라는 말이 생략되었을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 참 다정한 부부로 보이니까

 

내가 결혼이라는 시장에 있을 때

자타 공인하는 1급 신부감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직장에서 데이트 신청을 받은 게

고작 몇 명 

한 손이면 충분하다.

 

왜일까

나름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였겠지

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막상 남의 입으로 들으니까 슬펐다.

 

당시 나는

서울대에 다니는 두 동생 뒷바라지 한다고 소문났었다.

그리고 생활고도 해결한다고 덤으로 묻어 다녔다.

현실은 정신차리지 못하고 써대는 오빠와

위암 진단받은 아버지

여동생과 둘이서 번다고 해도 감당이 안 돼 힘들었다.

 

모지방도 그만하면 됐고

사람 착해보이고(?)

직업도 있고 했으니 비록 가난하지만

일반 서민에게는 최고의 신부감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부록으로 뭔가가 따라오는 건 싫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꼬리도 치지 않으니 힘들 것이고

 

로맨스소설을 오래 읽다보니

비현실적인 소설속에서 세속을 읽는다.

내게 없었던 것들을 배운다.

 

집에 돌아가 혼자 있고 싶었으나

겨우 현재로 돌아온 엄마곁에서 어디로 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느라

내 슬픔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나였더라도 그런 형편에 처한 남자를 만났더라면

하다가 래도 여자들은 했을 것이다.

라고 위로하고 싶지만

 

쓰다.

내게 데이트 신청했던 남자들이 고마웠다.

갑자기 어찌 지내나 궁금해졌다.

순간이지만

 

나는 이제야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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