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엄마가 집에 계시지 않는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둘이서 밤에 엄마찾아 삼만리를 했다.
해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오시는데
평소 다니는 곳 모두 찾아도 안 계신다.
핸드폰도 없고
젠즉 해 드릴 걸
사용하지 못한다는 핑계로 사드리지 않았는데...
지구대에 실종 신고를 하고 집에 막 들어오니
돌아오셨다는 동생의 전화가 울린다.
어디 계시다가...
동생은 어물거리고
난 그냥 덮어두기로 맘 먹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추리에 추리를 거듭한 끝에 항의 전화를 퍼 부었다.
엄마가 주치의처럼 믿고 다니는 병원이 있다.
그 병원 원장이나 간호사를
엄마는 철썩같이 믿으시기에
혼자 계시는 엄마 그렇게라도 심심하지 않으면 됐지 싶어
맘에 들지 않아도 형제들 모두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명절에 몸살이 난 엄마
연이틀 영양제를 맞아도 별 차도가 없으니까
걱정하던 간호사가 엄마네 집으로 방문하고
평생 교회를 싫어하며 사시던 엄마가 교회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 병원은 기독교 신자로 끈질기게 선교(?)하여 드디어 성공한 거다)
그래서 간호사가 모시고 갔는데
집에 메모도 없고
우리에게 전화도 없고
딴에는 동생 들어오기 전에 온다고 생각하며 나가신 게
그 날 따라 동생이 일찍 퇴근하는 바람에
사단이 난 거다.
애초에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몸살까지 겹친 노인을
밤에 낯선 곳에 모시고 갔다는 건
의료인인 간호사가 할 일은 아니었다.
가신다고 해도 달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의료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거다.
오늘 낮
퇴근하는 내게 동생이 다시 전화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를 뵙고 가라고
그냥 괜찮으시겠지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하고
다음 날 밤샘 근무라 엄마를 찾아 뵙지 않은 게 불찰이다.
오늘 내가 뵌 엄마는
현재가 아닌 과거로 돌아가 계셨고
문득 문득 현재로 왔다가
다시 옛날로 가서는 하염없이 울기만 한다.
가슴이 먹먹하다.
외할머니께서도 추운 겨울에
지금 엄마 연세 정도에서
예전으로 돌아가 집을 지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실 수 있을까?
그 간호사가 원망스럽다.
목요일 엄마는 전화도 받지 못할 정도로 악화되었고
몸을 추스려가면서 정신은 자꾸 멀어져 간다.
이 밤 추운 겨울에
엄마는 어디쯤 계시는 걸까?
내 중얼거림에 동생이 답한다.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