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일이면 달이 바뀜을 알리는 긴 글이
카톡으로 온다.
본인이 쓰는 건지 빌려 온 건지 모르지만
좋은 글을 보내온다.
연락도 없이 지내는 사람인데도 보낸다.
그래도 만납시다 하면 나도 그 사람도 그럽시다 하며
번개가 이루어지는 사이다.
카톡을 열면서
오늘이 팔월이 시작되는 날이구나
알게 되었다.
하는 일은 없는데 이 달만 지나면 가을이
사람들 사이에 떠 다닐 것이다.
종일 빈 스케치북에 선 그리기만 하며 지냈는데
밥은 거르지 않고 많이 먹었다.
어제 만든 콩국을 쌀국수를 삶아 콩국수로 먹었다.
콩국과 쌀국수를 기어이 동생에게 갖다 줬다.
쌀국수와 콩국은 맞지 않는 궁합이라 하면서도
손이 큰 누나이니 남았을 거라고 가져 오라 한다.
동생은 어제 볶은 커피 한 줌을 내게 준다.
저녁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역시 커피점보다 맛있다.
하루하루가 이렇다.
간이 된 것인지 아닌자 모를 싱거운 날들이다.
팔월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