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팔월이네.

사춘기 2021. 8. 2. 01:34

매월 1일이면 달이 바뀜을 알리는 긴 글이

카톡으로 온다.

본인이 쓰는 건지 빌려 온 건지 모르지만

좋은 글을 보내온다.

연락도 없이 지내는 사람인데도 보낸다.

그래도 만납시다 하면 나도 그 사람도 그럽시다 하며

번개가 이루어지는 사이다.

 

카톡을 열면서

오늘이 팔월이 시작되는 날이구나

알게 되었다.

 

하는 일은 없는데 이 달만 지나면 가을이

사람들 사이에 떠 다닐 것이다.

종일 빈 스케치북에 선 그리기만 하며 지냈는데

밥은 거르지 않고 많이 먹었다.

 

어제 만든 콩국을 쌀국수를 삶아 콩국수로 먹었다.

콩국과 쌀국수를 기어이 동생에게 갖다 줬다.

쌀국수와 콩국은 맞지 않는 궁합이라 하면서도

손이 큰 누나이니 남았을 거라고 가져 오라 한다.

동생은 어제 볶은 커피 한 줌을 내게 준다.

저녁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역시 커피점보다 맛있다.

 

하루하루가 이렇다.

간이 된 것인지 아닌자 모를 싱거운 날들이다.

팔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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