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형광등이 깜박인다.
어떤 등인지 찾다가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비가 내려서일까 전화하자 마자 온다고 한다.
수리하러 온 동네 전자상회 사장님 얼굴엔 새 마스크가 걸려있다.
마스크 쓰셨네요.
안 쓰면 안되죠.
형광들을 방바닥으로 내려 수리하는데
전등이 들어오지 않고 비가 내려 방이 어둡다.
스마트 폰으로 랜턴을 만들어 비추면서
둘이 머리를 밪대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눈다.
새 등보다 수리 비용이 더 나가겠어요.
벌써 몇 번 째인지.
새 등이라고 고장 안나나요.
등을 비추니까 훨씬 낫네요.
오늘은 쉬시나 봐요.
저 퇴직하고 이제 백수입니다.
이제부터는 푹 쉬세요.
안전기가 두 개면 육만원인데 한 번에 고쳤으니까 오만원만 달라고 해
깍지 않고 그냥 줬다..
부품만 사다가 고치려면 할 수 있지만
지출하는 비용보다 더 많이 고생하고
병원비로 더 나가는 형편이라 가성비를 따져 전화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손 소독제로 닦고
마스크도 새로 쓰도 집으로 들어 온 사장님.
나는 깜박하고 맨 얼굴로 맞이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돌아갈 수 있을까?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장님 손에
내가 만든 마스크 한 장을 쥐어 줬다.
일 할 때 땀 흘리지 말고 이 거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