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하고 싶은 것들

사춘기 2016. 12. 19. 21:36

퇴직을 앞 둔 사람들이 자격증 공부하느라 눈들이 빠지고 있다.

퀭하거나 빨갛거나.

이도저도 아닌 눈빛을 가진 내게 빨리 자격증 따라고 한다.

왜요?

퇴직한 사람들이 다 후회한대~~~

할 게 없다고.

 

30년을 넘게 내가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하고 시간에 얽매여 살았다.

또 20년을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하나.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러다가 울 부모님은 왜 강남에 땅 한자락 사지 못하셨을까.

울 조상님들은 왜 돌산 한 조각이라도 사 두지 못했을까.

말도 안되는 원망을 해 본다.

만약 그랬다면 자격증을 생각할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비록 쌀밥을 먹지 못하고 라면을 먹는다 해도(요즘엔 쌀밥보다 라면이나 국수가 더 비싸다)

시간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특히 관절이 건강해야 하는데.....

 

눈이 빠지게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학교 다닐 때 저렇게 열심히 했으면 서울대 법대 못 들어간 사람이 없었을텐데.

나도 본인도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는다.

공부는 학교 다닐 때보다 직장에서 더 많이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도 가지 못할 공부를.

 

퇴직하면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중간에 깨지 않고 실컷 자고 싶다.     살 찌겠지?

맛있는 것 만들어 먹고 싶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올까?

내가 입고 싶은 옷과 머리를 하고 돌아다니고 싶다.    멋쟁이가 될 수 있을까?

주민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다 참여하고 싶다.     주민센터라 프로그램이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

동네 헬스크럽에 날마다 다니고 싶다.     작심삼일은 안되지.

노래방 가서 부를 수 있는 노래 10곡 이상도 배우고 싶다.     학원에서 오지 말라고 할 거 같은데.

타악기도 배우고 싶다.    옆집에서 쫓아오지 않을까?

붓글씨와 수묵화를 배우고 싶다.   가능한 일일지...

내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싶다.     옛날 어른들 말씀처럼 몇 질도 나올까? ㅎㅎ

전해져 내려오다 끊긴 우리 이야기를 찾아 사진과 함께 지금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아마 이건 생각만 하다가 말지 싶긴 하다.

그러려면 옛날 이야기부터 모아야 하는데.

 

뭐가 하고 싶다고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자.

한번쯤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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