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어떤 이별

사춘기 2016. 12. 23. 14:20

처음 읽은 무협지 제목이 와룡생의 군협지와 무유지였다.

지금은 주인공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광적으로 빠져들었다.

소설 전체가 아니고 일부분만 읽어 감질나서 더 빠졌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무협지는 로맨스소설과 조금은 통하는 면이 있었다.

많은 것이 달랐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같은 것도 있다. 해피엔딩.

 

요즘 무협소설은 군협지와는 완전 다르다고 할 정도다.

정치를 그대로 옮겨 놓는다.

우리나라나 세계 정세를 꿰뚫고 사람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우아하지 않은 문장으로 표현한다.

은유를 많이 사용하는 격조높은 문학작품이 본다면 눈쌀을 찌프리겠지만.

여자도 읽어? 라는 물음표를 많이 받는다.

이제는 졸업해야지 하다가 직장에서 혼곤함이 다시 무협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지금은 작가들이 구성하는 음모술수 세계에서 협잡과 정치를 배운다.

그 덕에 난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말과 말 사이에 또 다른 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런 의도없이 솔작하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나를 위로하지만 역시 그렇게 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직장을 떠나 시간과 구속에서 자유로운 삶이 된다면

무협의 세계와도 이별을 하게 될 것이다.

이별이 멀지 않았네.

책장에서 먼지에 쌓인채 움직이지 못하는 노자, 장자, 관자들도 그 때는 관절이 풀리겠지?  

 

동네 책방에서 접하기 힘든 로맨스는 이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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