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사무치다

사춘기 2009. 1. 14. 16:51

지난 주말에 여행을 다녀왔다.

가는 길에 요트가 정박해 있는 항구도 들렀다.

아들이 같이 왔으면 소재도 되고 좋았을텐데

일부러 오기도 힘든데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갑자기 죽음을 앞 둔 사람처럼

살아 온 날들이 슬라이드 화면처럼 지나간다.

 

둘이서 그냥 있기만 해도 보기 좋다고 그렇게만 살아라고 축원하던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을까.

 

아들은 어려서부터 남편에게 많이 맞았다.

자주가 아니라 많이

생각해보니 내게 쌓인 게 있으면 아들에게 풀지 않았나 싶다.

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뭘 바라고 그리도 모진 손찌검을 했을까.

 

아들은 아버지인 남편에게

다녀오세요

다녀오셨어요

이 두말 이상은 하지 않는다.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단절

 

그런 아들에게 나도 모진 매를 든 적이 몇 번 있다.

고집을 꺽어야 껍질을 벗을 거라는 판단에서 였는데

맞고서도 엄마 하며 엉기던 아들을 부여 잡고 울던 거 말고는

한 번도 새겨보거나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 매질이 몹시 아프다.

아빠와는 마음을 닫았는데 나마저 매를 들었으니

 

사무치다는 표현이 어떤 감정이라는 걸 알았다.

가슴저 밑에서 북바쳐 올라오는 덩어리 하나

 

아들에게 참 미안하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사무친다.

 

돌아오는 길

남편에게 향하는 마음과

아들에 대한 사무침이

몸살로 나타나 사흘째 몸져 누웠다.

 

병원이 소용없는 이유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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