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통증

사춘기 2009. 1. 7. 20:09

우울하다.

아프다.

 

우울해서인지

왼쪽 가슴이 어릿하고 숨이 가프다.

 

어제는 일을 하다 중간에 잠시 두 번이나 한눈을 팔았다.

오늘도 한눈을 팔았다.

쉬어야 할 시간이 없음에도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변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변했다고 한다고 신기해 한다.

단지 수다가 좀 늘었을 뿐인데

아주 많이 변했다고 한다.

 

예전에 이십대 중반에

같이 일하던 직원이(나보다 세 살 많음) 그랬다.

**씨는 꼬리를 치지 않는 것 같다.

꼬리를 치지 않는다는 말에 질색을 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곁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더 몇 년 후에 두 살 많은 직원이(나에게 살짝 호감을 표했던) 그랬다.

나는 주위에 성을 쌓아 두고 나오려 하지 않는다고

후에 생각하니 호감을 표시하고도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가

아마 그래서 였지 싶기도 하다.

 

남편과 결혼하고 또 직원이 그랬다.

##씨와 살려면 고생할 거라고

마음을 열지 않아 힘들거라고

 

성을 쌓고 그 안에서 꼬리도 치지 않는 여자와

마음을 열지 않는 남자가 만나 결혼을 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하지만 일어났다.

결과는 누구나 짐작하는대로다

 

2006년 충격의 일을 당하고 내게 많은 변화가 주어졌다.

내가 정신적인 성장을 비로소 시작한 거다.

청소년시절부터 답보했던 성장을 이제야 시작했다.

 

내 직속상관은 사람으로서 상사로서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다.

편견도 가지지 않고

김밥도 말지 않고

남에게 일을 미루지도 않는

밑에서 일하기는 참 편한 상사다.

 

그런데 그 상사가 내게 무력감을 안겨준다.

의욕도 사라지게 한다.

핑계같지만 이러다가 대충하는 습관이 들까봐 걱정된다.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행복한 고민이라며 털어버리라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무능력하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제 겨우 성문을 달았는데

문을 열기도 전에 도로 성문을 떼어버리는 누를 범할까봐 겁난다.

항상 용기가 없어 핑계로 무장하며 숨어버리는 나였는데

 

상사를 이유로 대충하려는 나와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지지가 않는 사람

 

어제는 늦은 밤 한강 고수부지에 나가고 싶은 충동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무협지를 들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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