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감정의 찌꺼기

사춘기 2006. 7. 2. 19:18

직장에서 부서를 옮겼다.

과정에서 자의가 0.00001%도 담기지 않은 완전한 타의에 의해

볼썽사나운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 의외였기에 아무도 위로나 격려의 말도 하지 못하는 그런


부서이동을 알게 된 순간 속이 아팠다.

속이 쓰리고 후벼 파듯 통증이 일어났다.

등 쪽으로도 통증이 버져 몸을 웅크려야 했다.

내가 왜?


인사이동에 내가 왜 라는 이유는 없다.

종이 한 장에 움직여야 하는 게 내 임무고 의무다.

싫어! 하면서 있을래. 는 없다.

그래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내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내가 봐도 남이 봐도 참 보기 흉하다.

다행인 것은 안됐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대하는 동료들이다.

그간 친하게 지낸 것도 아닌데 따뜻한 시선으로 봐준다.


좀 잘 지내지 그랬어.

회식자리에서 술 한 잔 걸치고 긴장이 풀어지자 누군가 나에게 한 말이다.

직장생활 그리 힘들게 한다면 어떻게 다녀 힘들어서

여자라도 때로는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한데

잘 지낸다는 뜻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리라.


남편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나보다 한다.

퇴직금으로 빚 갚고 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지 않잖냐 한다.

직장생활 하느라 못했던 거 마음껏 하며 살라고 한다.

고맙다. 그만둬도 된다고 말 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그렇다고 움츠릴 나도 아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위로한다고 격려한다고 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좋다.

나를 보낸 사람들이 생각보다 큰 파장에 오히려 당황했는지

내가 몰랐었다는 말을 반박하며 알았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 자신이 없을 걸 왜 여러 사람 힘들게 했을까


감정을 거르고 추스를 줄 아는 지금 이런 일이 생겨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태우고 승화시키고 절제하면서 찌꺼기들이 앙금으로 남는다.

감정의 앙금은 필요 없는데 자꾸 생긴다.

생기지 말라고 해도 가슴 밑바닥을 뚫고 또는 비 내리듯 내린다.

감정을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풍  (0) 2006.07.10
떠나기를 기다리며  (0) 2006.07.06
피곤하다  (0) 2006.06.25
지나간 드라마를 보고  (0) 2006.06.20
풍란 꽃이 피다.  (0) 200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