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아픈 이야기

사춘기 2006. 1. 25. 09:49

시집에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좀 있다.

그 중 하나가 시질녀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은 흔한지 모르겠으나 

당시만 해도 미혼부의 딸이면 쉬운 인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어머니께서 당신 자식들만큼이나 위하며 키우셨지만

이제 가실 준비를 하시는지 엄마를 찾아주었다고 하신다.

그런데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울먹이신다.


10년 전 맨 몸으로 쫓겨나오다시피 이혼하고

지금은 자궁암 수술 후 폐인이 다 되어 몰골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우울증으로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키워 준 남편이 배신을 했다고 한다.


배신이라


내막은 잘 모르지만 사귀던 남자를 배신하고 시동생과 사귀고

시동생이 한눈을 팔자 딸을 두고 떠난 게 아닌가 한다.


난 시댁의 과거를 잘 모른다.

워낙 여자관계들이 복잡해서 정리도 안 될뿐더러

나 스스로가 다 알면 미칠 것만 같아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질녀 엄마는 사진으로 본 적 있다.

굉장한 미인이다.

잘 생긴 시동생과 잘 어울릴 여자다.


한 남자를 배신하고 한 남자의 아이를 낳았고

그 남자의 아이를 버리고 나가 다른 남자와 혼인을 했다.

그리고 그 남자로부터 배신을 당했고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지경까지 왔다.


큰 아이의 나이가 시질녀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걸 보면

시동생과 헤어지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결혼한 것 같다.


소설가가 들으면 시나리오 작가가 들으면 한편의 작품이 탄생할만한 줄거리지만

한 여자에게는 아픈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 자신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됨직 할 나이가 되었지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아직도 용서가 안 되는지 쉬 다가가지 못한다고 하신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나쁘다고 욕을 하시던 시어머니

막상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나니 측은하여 견디기 힘드신가 보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 유감  (0) 2006.01.31
일모도원  (0) 2006.01.27
아들의 3년 후  (0) 2006.01.17
아버지  (0) 2006.01.16
일기 하나  (0) 200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