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일기장

사춘기 2005. 10. 6. 17:37
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학교 숙제검사 때문이다.

학교를 다 졸업할 때까지 아마 내용은 거의 비슷비슷 하지 않았을까

짝사랑에 대한 감정이 들어간 일기만 빼고는 말이다.


그 일기장들이 두 번에 걸쳐 사라졌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은 이사하면서 없어지고

나머지는 결혼하고 내 손으로 태웠다.

남편이 내 짝사랑을 문제 삼아 화를 냈기 때문이다.

결혼 후 마지막 한권도 이번에 이사하며 없어졌다.(범인은 모른다)

 

나는 당연히 남편의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임을 문제 삼았고

남편은 지나가버린 내 짝사랑에 질투했다.

연애담이 없기에 자신 있게 버리지 않고 가져간 일기장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정리하는) 버릇을 가진 남편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내 손으로 태웠지만 원인 제공을 남편이 했기에 남편에 의해 사라졌다.)


남편에 의해 사라진 것은 일기장뿐만 아니다.

내게는 소중했지만 남편이 보기에는 지저분하게 보이는 사진들도 사라졌다.

그 버릇은 지금도 여전하여 다툼의 원인이 되지만 남편은 모른다.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이 남의 손에 의해 사라지고 난 후의 밀려드는 분노를


칼럼으로 시작하여 블러그까지 오는 동안

처음부터 글들을 종이로 출력하여 보관했다.

분량이 너무 많아 칼럼만 보관하고 있는데 문제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신혼 때 좋은 감정에도 싸웠는데 지금은...

컴퓨터에 따로 저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간 모았던 시들을 버리기에 너무 아까워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남편의 마수(?)가 뻗치지 않는 곳이 우리 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의 집에 두기에는 부담스러운 글들

버리기에는 그 곳에 스며든 내 모든 것이 아까워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일생에 있어 내가 그만큼 쏟아 부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내가 정상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그 글들 때문이다.

파일에 스크랩하여 보관하고 있는데 부피가 만만치 않다.

아무래도 막내 동생을 꼬드겨야할까 보다

잘 넘어갈까

요즘은 내 말을 잘 듣지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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