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인상 쓰지 마요

사춘기 2005. 9. 27. 15:59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요즘 얼굴에 나 기분이 안 좋아요 하고 써있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웃는 얼굴 예쁜데

인상 쓰지 말고 웃으라고 한다.


어제 애꿎은 사람에게 터트렸다.

요즘 좌충우돌하고 다닌다.

내가 말을 하거나 요구하면 그저 아줌마 욕심이고

제 욕심만 차리는 말로 치부되어버린다.

말을 하지 않으면 왜 소극적이냐 우는 아이 젖 준다. 며 어른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다 내 부덕의소치다. 하면서도 슬그머니 솟구치는 부아는 무엇일까.


욕실에서 미끄러졌다.

욕조에 옆구리를 체중 그대로 걸쳤다.

그 몸이 넘어졌으니 욕조가 괜찮냐 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난 옆구리가 아파 죽겠는데.

다행히 갈비뼈는 무사하다고 하는데

옆구리를 다쳤는데 왜 배가 부어올라 숨이 막히는지 모르겠다.

넘어지는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어 10분여를 그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아파서가 아니라 질식해서 죽는 줄 알았다.

너무나 아파도 숨도 안 쉬어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종일 종종걸음으로 건물을 쏘다녔다.

맥이 풀린다.

힘들어 풀리는 맥이라면 뭔가 먹으면 돌아오겠지만

사람으로 인해 나를 돌아보게 할 정도로 풀리는 맥이다.

울고 싶어진다.

삭막한 건가 아니면 내가 평소 쌓은 덕이 이 뿐인가.

삶에 대한 회의가 해일이 되어 나를 덮친다.


결리고 당기는 옆구리 통증도 회의에 묻혀 그저 덤덤할 뿐이다.

다 살지 않은 삶이 부질없고 의욕마저 없어진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소문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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