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갑니다.
천천히 오세요.
오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나랑 같이 퇴직할 예정이던 직원이 내게 한 퇴직인사다.
늦둥이 자녀가 일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돌보미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이 돌보미지 본인의 학구열도 작용했을 것이다.
전화를 내려 놓는 순간에도 껄껄대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부럽다.
그 나이에 늦둥이를 유학을 보낼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럽고
그래서 조금 앞서 퇴직할 수 있는 용기도 부럽고
천천히오라며 인사하는 여유도 부럽다.
입사 초반 승승장구하던 거에 비하면 초라한 지금일지 모르겠으나 적정항 위치로 떠나는 것도 부럽고
눈으로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떠나는 것은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럽다.
꼼수로 인원이 줄어 퇴직기념 수건 제작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쉽다.
연말이 다가오고 송년모임들이 시작되는지 음식점에 손님들이 제법 보인다.
마음이 점점 허해진다.
내가 떠날 때는 어떤 말로 인사를 할까.
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