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어느 날 단체로 먹는 점심에 콩국수가 메뉴로 선정되고
유명하다는 공릉동 콩집을 갔다.
난 음식점에서 먹는 콩국수를 믿지 않는다.
걸죽하다. 는 표현 하나로 맛있는 콩국수라는 말도 믿지 않는다.
유명하다는 그 콩집의 콩국수를 한 입 베어 물자 예전의 콩국수 향이 입안에 퍼진다.
입에서 느끼는 맛인지 기억의 맛인지 모르겠으나 내 느낌은 아!!! 였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과 주말에 만나 또 먹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콩국수를 먹으면 목이 메어 안 먹는데 목이 메지 않아 좋다고 한다.(공감)
콩국수 한 그릇 다 먹을 때까지 목이 메는 이유가 내 자신이 아님을 확인하자 기뻤다.
내 식도에 문제가 있음이 아닌 것을 알았으니까.
콩집을 다녀온 후 갑자기 콩국수가 막 먹고 싶어졌다.
식당에서가 아닌 집에서 만든 콩국수가.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간단하다는 콩국수 역시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아파트에서는 제대로 만들기 힘들다.
준비물에 콩을 가는 맷돌, 간 콩을 거르는 체가 있어야 한다.
콩을 불리고 삶는 것 역시 순간에 뚝딱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직장에 다니는 나로서는 큰맘을 먹어야 한다.
준비물도 제대로 없어 백주부(배우 소유진 남편)처럼 대용품을 써야 하고.
우짠둥 시작했다.
서리태, 옛날국수, 채소 소쿠리(스테인레스), 미니믹서기.
콩이 다 불은 줄 알고 삶았더니 좀 딱딱하다.
그래도 비린내도 안 나고 메주냄새도 안 나는 시점에서 잘 건졌다.
삶은 콩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확은 없고 손으로 하나씩 다 벗긴 후 미니믹서기로 여러 번 돌렸다.
삼베주머니로 거르려 했다가 실패하고 채소 소쿠리로 걸렀더니 비지가 나오지 않는다.
서리태 콩국물은 푸르스름하다.(처음 알았다. 서리태 콩국수 국물이 푸르지 않다면 다 뻥)
넘치게 먹고 그 만큼 사리로 먹고도 남았다.
남은 콩국과 국수를 더 삶아 막내 동생네를 갖다 줬더니 묽네 어쩌네 하면서도 다 먹는다.
집에서 만든 콩국수는 동생도 오랜만일 것이다.(동생댁도 처음에는 망설이더니 국물을 더 먹는다)
오랜만에 만든 콩국수 사진을 카톡 여기저기 올렸는데 영 반응이 시원치 않아 좀 거시기 했다.
동생도 동생댁도 잘 먹는 것을 보니 한 번 더 만들어 갖다 줘야겠다.
오지랖이 넓다 보니 걸리는 사람들도 많다.
돌아가신 부모님도 콩국수를 참 좋아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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