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형제

사춘기 2012. 9. 9. 18:34

어제 집에 가는 버스

 

뒷자리에서 조곤조곤한 말소리가 들린다.

원목이 뭔가 하면 하면서

뭔가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답한다.

실증을 낼만도 할만한 내용이었음에도

형은 인내심도 표내지 않으면서

동생이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했다.

동생도 형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는듯 하고

 

앞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데

흐뭇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눈가가 뜨끈해진다.

 

내 형제는 이렇게 다정하지 못했고

(나는 더 뚝뚝했으니 말 해 뭐하랴)

아들에겐 동생도 주지 못해 외롭게 만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교통카드를 카드기에 대면서

나를 감동시킨 그애들을 바라보았다.

형의 표정은 한없이 자애로왔고

동생의 얼굴은 한없이 밝았다.

 

카메라를 꺼내 찍고 싶었다.

미래의 영웅들을

 

앞으로 그 아이들의 앞날에

어떠한 풍랑이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능히 헤쳐나가 우뚝 서리라 생각한다.

 

비록 강북의 한적한 시내버스였지만

난 그 버스안에서

미래의 반기문총장이나 안철수 교수를 봤다.

 

그아이들의 부모가 몹시 부러움과 동시에

아들에게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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