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많은 태풍을 들었는데
직접 내 몸으로 느낀 것은?
기억 나지 않는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
태풍속으로 빨려들었다.
태풍이 지금 서울을 지나고 있나보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 선
대추나무 살구나무 부러지지 싶다.
바닥에는 대추와 은행이
나뭇잎들과 함께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여기는 영화 속
실감나는 태풍의 나라
20년이 넘은 나무들이 사방에서 부러진 채 흔들린다.
컴컴한 공간과 바람
흔들리는 사물들
이대로 미이라가 되었으면
그러다가 버스에서 깜빡 조는 바람에
태풍속에서 목숨을 걸고
35분을 걸어서 출근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지하철 4호선 운행중단으로
길이 그렇게 밀렸다고 한다.
태풍이 동해를 지난다고 한다.
벌써 그 혼돈의 세상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