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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사춘기 2010. 9. 12. 20:39

야간 근무를 하는 날이다.

혼자 있으면 서글프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뭐 그렇다.

이 나이에 아직까지 일반적인 근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서글픈 일이다.

 

쓸데없는 상념은

티비 화면에 보이는 바깥 풍경

일명 CCTV에 비치는 현관이다.

 

지나는 이들을 위한 의자 몇개가 있고

그 아래 계단이 있고

약간은 후미진 곳이이서

사람들이 잠깐씩 머물기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소가 되기도 하다.

 

지금은 초저녁이지만

이따가 새벽에 저 화면을 들여다 보며 상념에ㅔ 잠긴다.

 

어느새 일할 때마다 저 화면 보기를 즐긴다.

선명하지 않지만

흐릿한 사람들의 자태를 보면서

나름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지나는 저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모를 거다.

보는 사람도 그 사람들이 누군지 모른다.

그저 다양한 사람들이 그저 좋을 뿐이다.

 

창으로 내다보는 것과는 색다른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관음증이 있다는데

내게도?

 

하지만 난 점점

평범한 일상이 좋다.

잘 생긴 장동건이나 김태희보다

저 CCTV에 비치는 낯모르는 사람들이

더 좋다.

 

저들을 멋지게 렌즈에 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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