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전날 냉장고가 고장났다.
고장 난 줄 모르고
왜 안시원하지? 하며 우유를 마셨다.
요즘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명절 날 빨간 날 모두 쉰다.
덕분에 우리 집 김치가 연휴기간 내내
베란다 에서 모조리 시어버렸다.
새 김치로 맛있게 먹으려 햇던 김치들이
가스를 내뿜으며 봉지가 빵빵하고 집안에 냄새가 진동한다.
설이 지나고 냉장고를 사러 갔다.
옛날 방식의 냉장고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행사를 한다는 투도어 방식의 냉장고와
예전 방식의 냉장고를 비교하며 오락가락 하다가
값비싼 냉장고는 두고
기본형 지펠냉장고를 구입했다.
기능이 좋은 냉장고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행사라 싸다는 말만 믿고 샀다.
행사라고 싸다며 판매원은 거품을 물었지만
알고 보니 말만 행사인 가격이었다.
특별한 기능이 없는 기본형이어서 가격이 싼 거였다.
아무튼 냉장고를 새로 샀다.
밀레니엄 바로 전에 샀으니 6년을 조금 넘긴 셈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
그새 네 번이나 수리 했다.
이번에도 고치려 했다가 수리비용이 20만원이라는 말에
고장 난 곳을 이미 여러 번 고쳤는지라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 구입한 것이다.
오늘 냉장고가 집에 들어 오는 날
나도 남편도 없이 아들이 냉장고를 맞이햇다.
꺼내 놓은 물건들을 잘 들여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새 물건이 들어는 가벼운 흥분도 인다.
혼인하고 세 번 째 냉장고
그만큼 세월이 흐른 건가
아무런 기능도 첨가되지 않은 기본형이다.
맛도 기본으로 유지하여 줄 것인다.
냉장고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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