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각설탕

사춘기 2006. 8. 15. 18:52

각설탕

정사각형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설탕덩어리

사전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지 않을까.(찾아보지 않아서 자신없음) 

 

어제 오후 두시에 영화 각설탕을 관람했다.

한마디로 각설탕 맛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싶다.

솔직히 말하면 각설탕만 먹어본 적이 없어 그 맛을 잘 모른다.

하지만 달콤하다는 설탕의 기본적인 맛은 변함없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비록 얼마 안되는 관객이지만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배우의 울음이 가슴을 울려서일까

달릴 수 있을 때 여한없이 달린 천둥이를 생각해서일까.

 

잘 만들어진 영화다.

뻔한 시나리오인지 모르겠으나 정석을 따랐다.

얼마 전에 본 할리우드의 말 영화 드리머를 본 까닭인지

자꾸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영화감상을 하게 되었다.

 

말을 좋아하는 소녀

역경을 딛고 기적을 이루는 말

말을 좋아하는 딸을 반대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반대를 찬성으로 이끌어내는 딸

비슷한 줄거리와 비슷한 감동을 가진 두 영화

그러나 미국과 대한민국이라는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두 영화

말이 멋있어 영화가 더 멋있어지는 두 영화

 

각설탕이라는 제목이 약간은 억지스럽다 느껴지지만

제목보다는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 각설탕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뇌리에 남는 말

원없이 달리니까 좋으니?

 

큰 병에 걸린 기수가 수술하러 가기 전 날

달릴 수 있을 때 원없이 달려보고 싶으니 오늘 출전하게 해달라는 애원을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영화에서 유오성이 한 말이다.

 

병에 걸린 천둥이가 수술하기 전 날 고삐를 풀고 도망간다.

다음 날 천둥이는 기적을 이루고 결승선을 지나 쓰러진다.

유오성은 달릴 수 있을 때 달리지 못해보고 마지막이 되어버린 기수를 생각하며

천둥이를 수술시키지 않고 달리게 한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달리니까 좋니?

 

그럴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때 원없이 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 비록 죽음이 찾아온다고 해도 좋을까.

내가 각설탕을 보고 나서 안은 화두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하고 싶었기에 평생을 내 인생을 살지 못했다고 앙앙거리며

내 어깨가 무겁니 뭐니 하며 징징거리고 있을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내가 할 수 있을때 여한이 없이 할 수 있다면

비록 죽음이 찾아 온다고 할지라도 하지 않았을까.

한번은 해봤으니까 원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욕망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길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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