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없는 정원
황명자
선인장 하나 선물 받고서
매일매일 들여다봤습니다
아, 얼마 뒤 그만 시들어버렸죠
어느 날,
참 고운 향기 나는 쟈스민꽃 화분을 샀습니다
그런데 난 그것도 곧 죽을 거 같다고 했죠
왜냐고요?
아마 난 불인가 봐요
내 입김이 닿은 꽃들은
숨이 막혀 금세 말라버린다니까요
-시집 ‘귀단지’(만인사)
++++++++++++++++++++++++++++++++++
하든가
따르든가
아니면 꺼지든가
어제 밤 텔레비전에서 본 문구다
잠이 오지 않아 뒹굴다가 본 텔레비전에서
자기 사무실 칠판에 가훈처럼 적어 놓은 글을
카메라가 비춰주었다.
난 하지도 못하고 따르지도 못하고 꺼지지도 못하는데
세 가지 말고 다른 선택사항은 없는 걸까
그 사람이 말했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
돈이 있으면 돈을 주고
시간이 있으면 시간을 주고
그렇게 내가 현재 줄 수 있는 것을 주면 된다.
작가의 말인지 취재속의 주인공의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내가 가진 것을 주면 된다는 말은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울린다.
주든가
받든가
버리든가
버리려면 가져야 하는데
난 무엇을 가지고 있지?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계적인 미소 (0) | 2004.06.16 |
---|---|
남의 일에 화를 내다 (0) | 2004.06.13 |
곁에 앉고 싶다 (0) | 2004.06.05 |
다른 남자가 멋있을 때도 있더라 (0) | 2004.06.04 |
달밤의 체조 (0) | 2004.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