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다른 건 없나

사춘기 2004. 6. 8. 11:16
 꽃이 없는 정원


황명자


선인장 하나 선물 받고서

매일매일 들여다봤습니다

아, 얼마 뒤 그만 시들어버렸죠

 

어느 날,

참 고운 향기 나는 쟈스민꽃 화분을 샀습니다

그런데 난 그것도 곧 죽을 거 같다고 했죠

 

왜냐고요?

 

아마 난 불인가 봐요

내 입김이 닿은 꽃들은

숨이 막혀 금세 말라버린다니까요


-시집 ‘귀단지’(만인사)


++++++++++++++++++++++++++++++++++


하든가

따르든가

아니면 꺼지든가


어제 밤 텔레비전에서 본 문구다

잠이 오지 않아 뒹굴다가 본 텔레비전에서

자기 사무실 칠판에 가훈처럼 적어 놓은 글을

카메라가 비춰주었다.


난 하지도 못하고 따르지도 못하고 꺼지지도 못하는데

세 가지 말고 다른 선택사항은 없는 걸까


그 사람이 말했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

돈이 있으면 돈을 주고

시간이 있으면 시간을 주고

그렇게 내가 현재 줄 수 있는 것을 주면 된다.


작가의 말인지 취재속의 주인공의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내가 가진 것을 주면 된다는 말은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울린다.


주든가 

받든가

버리든가


버리려면 가져야 하는데

난 무엇을 가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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