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쌀을 씻으면 밥솥에 그대로 두고 가는 날이 100%다.
어제도 쌀만 씻어 앉혀 놓고는 그대로 출근했다.
취사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알려줬으니 설마 또 굶을까.
퇴근하고 밥솥부터 봤다.
쌀이 그대로다.
미치겠다.
취사버튼만 누르면 되는 걸 몰라서 밥을 굶다니
먹을거리가 하나도 없는 냉장고
달걀이라도 삶아 먹으면 요기가 되련만 달걀도 그대로다.
물만 부으면 죽이 되는 마 가루도 그대로다.
돌아가시겠다.
저녁시간 어중간한 시간에 남편이 들어온다.
주섬주섬 챙기는 게 저녁을 먹지 않은 듯
저녁 안 먹었느냐는 내 물음에
밥 해놓고 가라고 했는데 왜 맨 날 그대로 가는데 굶기기로 작정했냐.
점심도 저녁도 다 굶었다 왜
이쯤 되면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난다.
내가 집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없어 취사버튼 누르는 걸 잊어버렸다 해도
창피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내 남편이지만 참 해도 너무한다 싶다.
요즘에 전기밥솥 취사버튼을 누를 줄 몰라 굶고서
아내에게 화풀이 한다고 하면 뭐라고들 반응을 보일까.
세탁기도 사용할 줄 몰라 손으로 빨래를 하는 사람이니 말해서 뭘 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내 건망증도 문제지만
취사라고 가장 큰 버튼도 누르지 못해 아내에게 화를 남편은 더 문제다.
아들은 누르고 밥을 해서 먹는데
아버지인 남편은 여전히 나만 원망한다.
이런 남편 데리고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시어머니께 애프터서비스 보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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