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진보가 어딨어 우리나라에

사춘기 2004. 3. 27. 10:54
 심야 버스


비명을 안으로 삼킨

것들만이 어둠에 관여 한다

유리창으로 얼굴이

뭉개진 머리들이 떠다닌다

그들은 이미

부패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은 허공의 침전물 같은

그들을 비켜나가고 있다


지금은 번식이

성행하는 시간이다

그곳에 온전한 불빛은

필요하지 않다

어둠은 방향을 묻지 않는다

허공에 매달린

검은 플라스틱 손잡이들이

느릿느릿 흔들린다


허공에 파여진 구덩이들

불안으로 꽉 찬 핏덩이들

전조등 불빛이 서둘러

길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내려야 할 곳이 아니다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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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노와 친노 아니면 민주와 반민주 아니면 보수와 진보

탄핵이 어떤 측면으로 보는데


내 물음에 남편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냥 자기들(같은 패거리) 싸움이라고 한다.

전에 여야 국회의원을 본 적이 있는데

원수지간인줄 알았더니 아주 사이좋게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사이가 너무 좋아 같은 당인 줄 알았다나.

그러면서 내게 묻는데 어떤 거냐고


반노 친노는 아니고 보수와 진보도 아니고

민주와 반민주라고 단정 짓기에도 그렇고

크게 보면 민주 반민주겠지만 그것은 나중 이야기고

지금 당장은 사느냐 죽느냐에 몰린 쥐가 문격이 아닐까


이유는?


신문에는 대통령이 일은 하지 않고 정쟁만 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참 많이 바꾸고 있는 것 같더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통령이 참 노회한 정치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달걀로 바위를 치면서도 절대로 깨지지 않을 달걀 같아

설명하라고 하면 못하지만 느낌이 그래


왜 그럴까

왜 그런 말을 할까

대통령으로 참 말이 가볍다 라며 혀를 끌끌 찼지만

지나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고

또 국면이 원하는 대로 가더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아주 한참 지나고 나면 대단하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


난 탄핵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대표가 낙선했을 때부터 만들어졌다고 봐

기득권 세력이 두 번이나 졌거든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기득권 세력이 엎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인자와 이인자의 차이는 참으로 크다 고 생각해

국회가 대통령보다 권력이 작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독재정권 시절은 대통령의 권한이 더 컸던 것만은 사실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도 국회보다 대통령의 권한이 더 큰 걸로 아니까

참 탄핵 덕분에 대통령보다 국회가 더 힘이 세다는 걸 알았어


기존 정치 습관으로 기득권을 누리던 사람들은

노무현대통령이 국회의 총알을 뺏고 있다고 보니까

정치자금을 받을 수 없도록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 걸 보면서

총을 가진 사람이 총알을 거둬 가는데 뺏으려 하는 것은 당연지사

불법 정치자금을 어디에 썼는가를 수사한다면

살아남을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그걸 아니까 힘으로 밀어붙인 거겠지

내 생각은 그래


그리고 우리나라에 진보가 있던가?

누가 그러더라 우리나라에는 좌익도 진보도 없고

보수와 우익만 있다고

가만 생각하니 그런 것 같아

기득권에 반대하면 좌익이고 진보라는 생각에는 찬성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아직도 붉은색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아직도 양비론이 아니면 자리 잡지 못하고

아직도 이 거 아니면 저 거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나 혼자 다 가져야만 속이 시원한가봐

난 내 상대가 초라하면 자존심 무지 상하던데

뭐든지 가진 사람들은 아닌가봐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니까 누가 그러데

우리나라가 앞으로 발전하려면 앞으로도 3명은 더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그래야 나라가 비로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고

그런데 탄핵으로 인해서 더 앞당겨진 거 같아 내 생각에는

그 때는 진정한 진보가 생길지 모르지

하나가 너무 많이 가지면 나누어 가지는 것보다

더 혼란스러워 지는 것 같아


광장에서처럼 제3국으로 떠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참 좋겠어.

그런데 광장은 읽어봤어?


책을 잘 읽지 않는 남편 머리만 긁적인다.

지금 보니까 너 참 똑똑하다 국회의원 나가라 내가 찍어줄게.

히히히


결혼하고 16년 만에 우리는 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탄핵 덕분에

정치면을 읽지 않는 남편이 정치면을 읽고 있다.

탄핵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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