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거울을 보며 산다.
쳐다보는 회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거울 속의 나는 오늘이나 십년 전이나 변함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렌즈를 거친 앨범에는 분명하게 세월이 존재한다.
동기모임을 가졌다.
빠짐없이 모두 모여 중식코스요리를 먹었다.
모임에서는 처음 먹는 최고급요리다.
옷걸이에 걸린 옷이 땅에 떨어지자 드라이해야한다며 아우성이다.
면면히 살펴보니 이제는 제법 명품흉내를 내는 옷들과 가방들이다.
직위에 맞는 품위일까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도중에 미장원이야기가 도마에 올랐다.
좀 주는 미용실에 다니는 나와 또 다른 동기가 거품을 물었다.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생머리 그대로 털고만 다녀도 된다는 게으름의 극치를 설명해도 믿지 않는다.
모처럼 우아한 회식이라고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다.
컴퓨터에 화면을 띄우고 보니 역시 다르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헤어디자인이 카메라에는 잡힌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선이 틀리다.
눈은 현혹되기 쉽지만 렌즈는 현혹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든 손이 흔들리면 흔들릴지라도 그 어떤 것에도 현혹되지 않는다.
때로는 렌즈가 보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누구나 모든 걸 다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 눈으로만 봐야하는 거울보다는 렌즈라는 거리를 두고 보는 카메라가 좀 더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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