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오만과 편견

사춘기 2005. 9. 7. 10:16

오랜만에 정장 비슷한 차림으로 출근했다.

현관에 놓인 거울을 보니 조금은 근사하게 보인다.

나이가 들면 캐주얼보다 정장 비슷한 타입이 보기에는 좋은가보다.


난 한 때 내가 참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남을 인식하고 나서부터 남 앞에 서면

남에게서 예쁘다는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없었고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은 나만 보면 아예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해대곤 했다.


하지만 난 그게 싫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과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이

그냥 척이 아니라 정말로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남의 눈에 띄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실제로 꾸미지 않고 아무렇게나 하고 다녔다.


그런 고민은 서울에 올라오면서 저절로 해결되었다.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예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시골 사람들의 호들갑이었다)

직접적으로 관심도 표시하지 않았다.

편하기는 했지만 갑자기 해방되자 좀 서운하기도 했다.

자유를 찾은 나는 금세 남을 잊어버렸다.


요즘 자주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늙는 거 같아 씁쓸하기는 하고

앞으로 나가는 건지 퇴행하는 건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결정지어버린 것이

어쩌면 엄마가 나를 데리고 나갔을 때 엄마나 내게 한 말들

참 예쁘게도 생겼네.

엄마에 대한 예의에서 했건 혹은 정말로 내가 예뻐서 했건 상관없다.

그 말들이 내 인생을 결정지은 것 같다.

 

난 사실을 확인하려들지도 않았고 그 말로 인해 내가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했다.

그저 남보다 조금 나은 외모(단지 얼굴만)를 지녔을 뿐인데

난 내가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았나 싶다.

아마 덜 자란 어린 마음이 날 우쭐하게 만든 것 같다.


교통사고로 찬란했던(?) 외모를 잃어버렸고 기미로 피부도 까맣게 변해버려

이제는 예전의 내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 전형적인미인(ㅎ) 하나가 사라졌다.

예쁘다는 말을 한번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고 말았다.

미스코리아나 안미스코리아나 소용이 없다는 쉰을 앞에 두고 말이다.

하기야 나처럼 건장한 체격에 예쁜 얼굴은 좀 안 어울리기는 하다.


질녀 말처럼

고모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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