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에 전화가 왔다.
좋아하는 점심을 살테니 만나자고 한다.
시레기들깨탕이나 묵밥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갑자기 멍 해졌다.
코로나 초반 언론의 공포확산에 어쩔줄 모르던 사람이
이 와중에 음식점에 가자고 한다.
그것도 저렴한 가격이므로 간격이 좁은 음식점에.
망설이지 않고 단박에 거절했다.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보름간 마트도 가지 않고 있음도 밝혔다.
노점에서 파는 채소를 사서 먹는다.
네게 만나자고 전화하는 사람은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안에서는 벗는 사람이었다.
안에서 만날 때면 허리를 세우거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거나 하면서 만났다.
신심이 얼마나 지극한지 알 수 없으나
카톡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미안하다.
종일 그 전화를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미안했다.
그러다가 왜?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는 의심도 들었다.
미안했던 마음도 희석되려한다.
어제 통화할 때만 해도 빨리 끊으려 하더니
우리구에서 발생한 숫자는
앞 숫자가 9*에서 2**로 바뀌었다.
오늘 온 재난문자에는 어디든 가지 말라고 한다.
발생 장소를 보면.
이 와중에 왜 밥을 사겠다고 했을까.
밥을 살 차례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