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휴가를 마치고 치열한 생존현장에 복귀했다.
부기가 빠지지 않아 퉁퉁 부은 발목이 힘들지만 생계니까.(어느 블로거는 생존식사라는 표현도 한다.)
집 컴퓨터가 하나는 고장 났고 하나는 오래된 버전이라 블러그 사이트는 아예 열리지도 않는다.
출근해서 어느 정도 정리한 후 사진을 열었다.
같이 간 친구의 사진은 선명한데 내 사진은 모조리 흐릿한 게 다 흔들렸다.
내 마음이 더 흔들렸었던가.
사진 속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웃으면서 운다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자세히 음미하며 볼 필요도 없었다.
주문진에 숙소를 정하고 하루는 남쪽으로 망상해수욕장까지
하루는 북쪽으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안을 따라 여행했다.
내비는 예의상 켜 놓고 우리는 이정표를 보며 폭염 속 길 위를 다녔다.
가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돌아서 가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하고 하면서.
커피해안에 있는 카페에서 눈으로 해수욕도 하고 패러글라이딩하고 바나나보트도 탔다.
파도를 희롱하기도 하고.
강릉 초당두부를 먹기 위해 번호표를 받아 30분이 넘게 기다렸다.
주문진에서는 생선구이를 먹기 위해 20분 정도 대기했다.
더위가 넘치는 식당 앞에서.
고성으로 가는 도중 들른 하조대는 하루 일과를 상쇄하고 충분한 절경이었다.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겠다는 사람과 말리는 사람.
애국가에 왜 하조대에 있는 소나무가 나오느냐고 그럴 수 있냐고
항의하는 딸을 설득하느라 땀을 흘리는 아버지
통일전망대에서 저기가 어딘가 보다는 전망대에서 줄을 서서 기념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들
신기한 듯 이 곳 저 곳 보면서 키득거리며 웃는 외국인 관광객들
그들을 뒤로하며 진부령을 넘어 인제군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으로 갔다.
하얀 피부의 자작나무는 충분히 매력 있고 아름다웠다.
그 매력을 내게 보여주기 위해 친구는 점심도 거른 채 입산시간을 맞추려고 쉬지 않고 차를 달렸다.
이번 휴가는 뜻하지 않게 주어진 로또 같았다.
둘 다 자꾸 다른 곳을 향해 빠져 드는 텔레비전 드라마 W 같은 여행이기도 했다.
친구에게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돌아볼 때
그 때 그랬었지 하면서 해피엔딩이 되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 같고 드라마 소재 같은 올 여름 휴가이자 여행.
후기를 뭐라고 해야 할지 그저 먹먹하다.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을 보았다고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