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앙코르와트 여행 2

사춘기 2008. 4. 12. 14:53

모닝콜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 먹고 준비를 마친 후 내려오니

일행들이 어제 공항에서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시간 정각임에도 미안했다.

 

오전 8시

비가 내려 날씨는 그다지 덥지 않다.

버스에는 일행만큼 우산이 준비되어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싹 가시고 가이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캄보디아는 일년 중 가장 더울 때가 3~4월인데 마침 비가 내려 선선하니

오늘 유적지를 다 돌아보자는 가이드의 의견에 모두 동조하여 다른 일정으로 관광을 시작했다.

 

호텔은 별4개급이었고 관광지여서인지 그만그만한 호텔들이 모여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못사는 나라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들이 거리를 장식했다.

우리나라의 러브호텔들이 연상되어 내가 왜 이러나 혼자 웃었다.

계속 짓고 있는 호텔들과 정비되지 않는 도로들

어수선한 그 곳을 지나 버스는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향했다.

 

유적지에 가는 도중 가이드는 캄보디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귀로 가이드의 설명을 반쯤 흘려 들으며 생경한 캄보디아의 농촌 풍경을 눈으로 즐겼다.

올망졸망한 집들과 작은 사람들이 산천과 어울려 지나간다.

넓은 땅을 보며 가이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땅값을 물어보는데

캄보디아가 생각보다 땅값이 비싸고 외국인에게는 부동산 소유를 허락하지 않으니

괜히 남의 말 듣고 땅을 샀다가는 100% 사기이고

또한 편법으로 사더라도 우기와 건기에 드러나는 땅이 다르므로 주의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적지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하늘은 활짝 개어 햇살이 뜨거웠다.

그래도 가이드는 시원한 날씨라고 한다.

 

앙코르와트 유적지는 여러 개의 사원으로 이루졌다.

인터넷 검색에 의하면 일주일을 봐도 다 보기 힘들어 유명한 몇 곳만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설명한다.

그 중 조각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반데스레이사원 입구에 도착하여 입장권에 넣을 사진을 찍었다.

앙코르와트 유적지 입장권에는 입장객 사진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넣고 발행한다.

조금이라도 훼손하면 다시 발행해야 하므로 관리를 위해 지퍼비닐팩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엄격한 이유가 가이드는 입장권 수익 때문일 라고 하는데 자신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반데스레이사원은 국왕이 아닌 제2인자가 국왕보다 훨씬 많은 권력을 가지고도

국왕이 아니기 때문에 왕보다 큰 사원을 짓지 못하므로

대신 품질이 좋은 돌과 우순한 조각가를 동원하여 건축한 사원이라고 한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사원과 사원에 새긴 조각은 섬세하고 우수하다.

사원에 새긴 신화와 역사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도 바로 잊어버릴 정도니 설명하기 힘들다.

 

타프롬사원은 자야바르만7세가 모친을 모시기 위해 지은 사원이다.

자야바르만7세가 당시에는 장군이기 때문에 왕과 같은 사원을 지을 수 없었고

종교 문제(카스트제도)도 있어 불교로 개종하여 힌두교가 아닌 불교사원으로 지어졌는데

후손들이 다시 힌두교로 개종하고 사원내의 불상들은 모두 지워졌다고 한다.

사원은 나무들로 인해 심하게 훼손되어 앙코르와트 유네스코 복구계획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무너진 채 속살을 드러낸 모습을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사원에 나무가 무성한 이유는

사원이 제사를 모시는 곳이고 제사를 모시는 곳이므로 음식이 있고 음식이 있으니 새가 있고

새의 배설물이 사원을 건축한 바위에 들어가 앙코르와트가 멸망하고 오랫동안 방치되는 세월동안

씨앗이 자라 나무가 자라고 사원을 뒤덮어 지금은 오히려 관광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캄보디아인들은 뱀을 우상시 하는 특히 코브라를 신성하게 여긴다.

사원을 휘감은 나무는 자이언트 팜나무로 사원을 마치 뱀처럼 감고 있어 신성하게 생각하고 있다.

 

반데스레이사원에는 나무가 없어 몹시 더웠다.

타프롬사원은 무성한 나무 덕분에 시원하게 유적지를 돌아봤다.

날씨는 점점 더워져 옷은 땀에 흠빡 젖었다.

눈이 아프고 얼굴이 따가왔다.

 

두 개의 사원 구경을 마치고 호텔 주변의 한식당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식당으로 가는 버스에서 패키지관광이므로 옵션관광 주문을 받았다.

나는 될 수 있으면 현지 체험과 음식을 다 먹고 싶었는데

다른 일행들이 원하지 않아 최소한의 옵션관광만 선택되었다.

열기구도 타지 않고 캄보디아 현지음식도 먹지 않았다.

서운하였지만 혼자 선택한 옵션이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앙코르와트까지 가서 공간개념이 아닌 평면개념으로만 구경하고 온 것이다.

그 점은 지금도 아깝다.

 

유적지로 가는 길에 가이드가 캄보디아에 대해 설명한 것

캄보디아가 비록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6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부자였다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해서 문화적으로도 열등한 민족이 아니라 우리와 다를 뿐이다.

캄보디아의 농가는 지열을 피해 2층에 생활공간을 마련하고 1층은 가축을 기른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가족관계를 물으면 안되는데 이유가

폴포트 정권 때 집집마다 한두 명씩은 죽은 사람이 있어 아픈 기억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캄보디아가 우리보다 열등한 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매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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