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는 하루
-용혜원-
당신을 기다리는 하루
하루 종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이 하루
내 눈과 내 귀는
오직 당신이 오실 그 길로 열어졌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오실
그 길에 새로 핀 단풍잎 하나만 살랑여도
내 가슴 뛰고
단풍나무 잎새로 당신 모습이 찾아졌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그 긴 기다림의 고요는
운동장을 지나는 물새 발작 소리까지다 들렸습니다.
기다려도 그대 오지 않는
이 하루의 고요가
점점 적막으로 변하여
해 저문 내 길이 지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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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으로 두 번 입원하신 엄마
몇 년 동안 정기검진을 받고 계신다.
담당의사 권유로 심장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덜컥 입원하셨다.
병명은 심부전증
검사 차 치료차 하신 입원이라 링거도 없이 맨송맨송하지만
병명이 주는 중압감은 견디기 힘들다.
뇌졸중과 치매예방과 심부전증 약을 일흔이 넘으신 엄마의 육체가
다 감당하실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간호를 담당해야 할 맏며느리와 큰 딸은
간호는커녕 본인 몸 건사하기 힘든 환자인데...
인터넷을 검색했다.
심부전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
폐울혈증으로 인하여 숨이 가쁘고 기침이 심하고
신장기능이 약화되고
소화를 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원인과 치료는 다양하지만 쉬운 병이 아님은 분명하다.
검사결과 약물치료단계면 좋겠지만
수술이라도 하자고 한다면 어찌해야할지 미리 걱정이 앞선다.
엄마는 소화제가 없으면 소화를 시키지 못하여
병원에서도 두 손 두 발 든 상태다.
신장과 방광기능이 약하여 치료도 많이 하였지만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셨다.
기침이 심하여 병원도 많이 다녔고 좋다는 것도 먹었지만
백약이 무효이다시피 하였는데
마늘과 꿀을 중탕한 것으로 어느 정도 기침을 잡았고
마늘환을 꾸준하게 먹으면서 견딜만 하셔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마늘이 심장에 좋다는 말이 맞기는 한가 보다.
그런데 그 모든 증상들이 심장에서 기인한거라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우리에게 해당된다.
울혈이라는 병이 있다.
양방에는 없고 한방에서만 있는 병인데
한마디로 스트레스가 위장에 쌓여 뭉치고
그 뭉침이 심장으로 가는 혈액의 공급을 줄이니
시간이 흐르면 심장질환이 되어
어느 날 갑자기 돌연사 할 수 있는 병이라고 한다.
어디서 알았냐면 대장금을 보다가 자막으로 알았고
한의원에 가서 짚맥 했다가 내가 울혈이 있음을 알았고
울혈을 그냥 두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의사가 놔두면 이십년 흐르면 갑자기 죽는다고 한다.
이 의사 저 의사 말을 듣고 검색하고 하여
나름대로 종합한 내용이다.
엄마의 세월을 안다면
심부전증이 울혈에서 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고혈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술 담배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
단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기는 하지만
병으로 나타날 정도로 높은 수치도 아니다.
그런 엄마가 뇌졸중으로 두 번이나 입원하셨고
이제는 심부전증으로 입원하셨다.
심장병 걸릴까봐 얼마나 다잡고 살았는데
중얼거리며 눈시울을 붉힌다.
가장 큰 제공자이고 가해자이고 방조자였던 아버지가 떠오르는데
병실이어서인지 입 밖으로 뱉지 않으신다.
어린 나이에 시대를 잘못 만난 오라비들의 죽음을 봤고
그로 인한 여동생의 죽음도 봤다.
입 하나 덜기 위해 온 시집은
더 많고 긴 인고의 세월이었다.
친정이 명문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참지 않았을 거라고
되새김질 하시던 엄마
그 시대에 그 정도 힘든 삶을 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일 때 통하는 말이다.
그 삶은 엄마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 때 고생으로 자식들 유학을 생각하셨던 엄마
그 유학비용은 남의 손에서 없어지고
공부 잘하는 자식들을 좀 더 낫게 뒷바라지 하지 못하신 채
이제는 자식들의 짐이 되었다고
그 많은 돈을 벌었던 손을 들여다보시며
그 돈들 다 어디가고 너희들만 힘들게 되었구나.
울먹이신다.
남보다 더 마음 고생 몸 고생 하셨지만
대학원이나 유학을 다녀오지 못해
엄마나 주변의 기대만큼의 위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고
복많은 할머니라는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며
편안해 하실 때도 되었건만
엄마는 여전히 미안해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