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대출인생

사춘기 2004. 10. 13. 10:52
추억의 푸른 이끼


              -장병천-


낡고 하찮은 것들은

때때로 얼마나 끈질긴 힘이던가

한 때의 추억이 더 이상 길이 되지 못하는

이건 아니라고 고개 휘휘 젓던 그 길에서도

자잘한 일상이나 응어리들을 모아서는

묵묵히 자리를 넓혀가는

새파란 청춘도 아닌 것이

또다시 새 길을 닦는다


철거당한 영세민들인가

그늘진 세상의 한쪽 끝에 터를 잡고서는

밝은 쪽의 어떤 힘에 대항하여

서로의 빈틈을 최대한 좁혀서는 악착같이

아주 조금씩 양지쪽으로 뿌리를 뻗는다


평생 음지쪽에서만 살아본 것들이 내뿜는 물기는

저리도 절실하고 투명한가

미처 새기지 못한 지난날의 아픔처럼

세상이 밝을수록 더욱 파릇파릇 빛이 난다


-시집 ‘추억의 푸른 이끼’(한국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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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차를 사려고 노력 중이다

차를 굴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남이 준 차만 굴리다가 사려니까 설렌다.


하지만 서글프다.

큰 차를 사는 것이 아닌데도 돈을 계산해야 한다.

할부를 얼마로 할 것인지

옵션은 어떤 걸로 해야 하는지

둘이서 머리를 굴려도 우리에게는 모두 무리다.

그 사실이 서글프다.


둘이서 15년을 넘게 벌었는데

중․소형차조차 턱하니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혼자서 벌면서도 레저차를 굴리고

외식도 턱턱하며 사는 사람들의 능력이 부럽다.


둘 다 재테크에 젬병임은 인정한다.

그래도 너무하다 싶다.

1.5짜리 승용차 한 대도 현금으로 구입할 능력이 없다니

할부로 구입할 능력이야 되지만

난 현금으로 으스대며 사고 싶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대출금만 갚으며 살았다.

대출금 없이 살고 싶다.


마이너스통장 만들지 않고 현금서비스 쓰지 않고

사는 거에만 만족하며 살아야하나

그러기에는 살아온 인생이 너무 안 되었다.

그래서 슬프다.

인생마저 대출받은 것이 아닌지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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