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자 옛 여자
오늘 인터넷에서
전 아내와 전 남편을 그리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다.
현재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도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족스러운 부분만 봤었지 싶다.
누가 좋다더라 하면
그게 안 좋은 게 있다던데
대꾸하는 사람이 나였다.
내가 가끔 첫사랑을 생각하고 짝사랑을 떠올리듯
남편 역시 사귀었던 여자들을 떠올리리라 생각한다.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내색하지는 않는다.
남편에게 옛 여자들이 어떤 색깔로 남아 있을까
간혹 내지는 가끔이라고 할까 궁금했었다.
물을 수 없는 말이고
들을 대답이 과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에
남편은 물으면 솔직하게 대답할 사람이기에 더욱 더 묻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옛 사람은 비록 그 사람과 악연이었다 할 지라도
현재의 악연보다는 좋은 추억으로 남나보다.
지나갔기 때문일까.
나쁜 것은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는
사람의 특성 때문일까.
남편과 혼인하기 전
연분이 될 뻔한 사람이 있었다.
이제는 혼인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데
주변에서 이어주려고 노력하기에 못이기는 척 하고 만났다.
평소 나쁜 인상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몇 번이나 만났을까.
많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시간은 몇 달이 흘렀다.
내가 그만 만나자고 했다.
그 사람은 내 이유를 듣지 않고 낭패감을 감추지 않은 채 일어났다.
그것으로 그 만남은 끝이었다.
사내 만남이었고 주선자의 입이 가벼웠기에
그 사실은 내가 욕을 먹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내 이유는 듣지도 않고 나름대로 자격지심을 품었던 대목만 강조한 채
소문은 돌았고 난 나쁜 여자가 되었다.
다음 주에 교육을 간다.
그 곳에서 어쩌면 그 남자와 한 번 쯤은 마주칠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혼인해도 무방하지 싶었는데
끌림이 없어 그만 둔 인연이었다.
다시 만나면 아련할 것도 여운도 없는 사이지만
혼인까지 생각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이십여년이 흐른 지금도 껄끄럽다.
그 사람도 내가 껄끄러울까.
지금도 내가 조건만 보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마주치게 되면 피하지 말자.
흔쾌히 자판기 커피 한 잔 내밀고 함께 마시자.
황사가 끼는 날이면 어떻고
쾌청한 날이면 어떠랴
옛 사람이지만
아무런 감정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
그렇다면 불쌍한 사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