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눈을 맞다

사춘기 2007. 3. 7. 18:53

은행업무가 있어 오후에 나갔다 왔다.

나가자 마자 눈발이 날리더니 이내 눈보라로 변한다.

바람에 걷기도 힘들다.

 

오리털 반코트에 달린 모자를 쓰니

색깔도 모양도 영락없는 에스키모인이다.

에스키모인이 서울 변두리에서 눈을 맞는다.

그림이 되는 건가

키득키득 웃는다.

 

내리는 눈을 맞아 본 지가 얼마만일까.

기억조차 없다.

눈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은 몇 개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눈을 맞으며 하는 추억은 없다

어릴 때 등학교 길에서 눈보라만 생각날 뿐이다.

 

또 센티해진다.

사춘기 소녀처럼 자꾸만 센티헤지려 한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도 전에

치매기가 먼저 오려나 보다,

 

눈이 날린다.

눈이 세로로 내리는 게 아니고

가로로 날리며 얼굴을 때린다.

눈에 맞은 얼굴이 아프다

 

근무 중 오후에 은행 가는 길에

3월에 내리는 눈을 맞았다.

봄 눈은 겨울 눈보다 힘이 없다.

힘없는 눈에 눈을 맞으니 아프다.

 

돌아오는 길에 국화빵을 한 아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