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휴가를 끝내고

사춘기 2006. 8. 7. 19:01

긴 여름휴가 같았는데 어느새 다 지나가고 오늘 출근했다.

직장에 있을 때에는 죽어라고 안가던 시간이

집에서는 훌쩍 번쩍 정신없다.

 

휴가를 너무 잘 쉰 탓인지 일이 손에 익숙하지 않아 새잡이다.

아직 선 일이 그나마 뒤로 후퇴하여 새 일로 변했다.

덕분에 큰 실수를 세 번이나 저질렀다.

남까지 힘들게 하면서

 

휴가를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 채웠다.

영화 두 편, 비디오 하루에 2편씩

거기에다가 텔레비전 드라마도 봤다.

온통 시네마로 일주일 휴가를 보내버린 셈이다.

 

어제 막내동생이 새로 산 차를 태워주기도 할 겸 보신탕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난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못 먹는 게 아니고 조리법이 맘에 들지 않아 먹지 않는다.

멍멍이 특유의 냄새가 집안에 들어서면서 부터 풍겨 비위를 뒤틀어 놓기 때문이다.

어제 먹으러 간 집은 사방이 틔어서인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엄마의 몸 보신이 주된 목적이었기에 닭이나 오리를 먹지 않고 보신탕을 먹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수육을 먹고 볶음밥으로 입가심을 했다.

엄마는 내가 보신탕을 먹으니까 기분이 좋으신 건지 아니면 맛이 있어서인지 많이 드셨다.

아들을 억지로 데리고 갔는데 밥 한 수저도 먹지 않아 그대로 쫄쫄 굶었다.

집에 와서도 점심을 챙겨주지 않았고 저도 한 말이 있는지라 게임만 열중할 뿐이었다.

 

온통 영화에 빠져 있었던 터라 동생에게 영화 괴물에 대해 이야기 했다.

동생은 취미상 직업상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인들이 평이 아주 좋은 영화라고 해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빠진 듯 했었다는

가족애가 중점인데 그 가족애을 가슴 벅차게 느끼지 못했으며

가족들의 애절한 몸부림이 왜 처절하다기 보다 코미디의 장르처럼 느껴지더라

영화인들의 호평이 오히려 영화의 기대치를 높여서인지 2%에 대한 갈증이 심하더라

내 이야기에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카메라의 위치가 좀 멀직하게 있었나 보네.

내가 아니라 그나 그녀의 위치에 있었나 보네.

 

카메라의 위치가 멀었었던가.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먹고 돌아오면서 내내 카메라를 생각했다.

먼 시선

먼 눈(멀어버린 눈이 아닌)

 

사람은 살면서 가까워지고 싶고 살갑게 살고 싶다.

그러다가도 문득 멀게 느껴지기도하고

조금은 멀리서 보고 싶기도 하다.

 

영화에서 카메라가 멀리 있으면 주인공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괴물에서는 가족들의 얼굴이 자주 클로즈업 되었고

화면 가득 아주 잘 보였다.

그런데도 동생의 말처럼 카메라는 좀 멀게 있었던 듯 싶다.

되새겨 보니 그렇게 느껴진다.

감독은 왜 먼 위치에서 바라보면서도 화면은 크게 보이게 했을까.

약간 어설퍼 보이는 미세한 미흡함이 먼 카메라와 더불어

영화를 보고나서도 뭔가 빠져 알 수 없게 만들었을까.

 

휴가 첫 날에 본 영화 괴물로 인한 갈증으로 휴가 내내 비디오를 탐닉했다.

호로비츠를 위하여, 해리포터와 불의 잔, 브리짓 존스의 일기, 국경의 남쪽, 공공의 적2,

이름모를 할리우드 영화 한 편, 코치 카터, 무극, 그리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보며 내내 잤다)

감명깊게 본 영화는 호로비츠를 위하여, 코치 카터, 국경의 남쪽이다.

 

동생의 말을 듣기 전에는 카메라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고

연기와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감상했는데 이제는 카메라의 각도와 감독의 시선도 생각할 거 같다.

더불어 내 시선도 멀고 깊어졌으면

그래서 좀 더 매력을 풍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난 영화를 열심히 볼 것이다. 

 

난 역시 동생들을 잘 둔 것 같다.

동생들에게서 배운 것이 많은 걸 보면

올 여름 휴가는 아쉽게 빨리 지나갔지만 휴가의 목적은 채우지 않았나 싶다.

내게 보탬이 된 뭔가를 어설프게라도 느끼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