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아미타불
아침 출근 전 날이면 일찍 자는 남편이 자정이 되도록 안 잔다.
안 자냐는 내 물음에 응응 건성 대답하는 게 내게 할 말이 있다는 표시다.
10년간 해 온 말을 또 하다가 자기 방으로 가서 잤다.
아들에 관해서다.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보이고
열심히 하는 것도 없고
잘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공부는 죽어라 안하고
야무지지도 못하고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내 잘못이라고 또 말한다.
그러면 나는 부모에서 부는 뭐하고 모만 해야 하냐고 덤빈다.
말 그대로 덤빈다.
그러다가 눈에 보이는 것도 제대로 못 보는 사람이고
집에 있어야 뭔가를 보고 들을 게 아니냐며
내가 먼저 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도 남편 방으로 가서 불을 꺼버린다.
아들의 문제점은 크다.
상을 준다 해도 하기 싫으면 하지 않고
벌을 준다 해도 하기 싫으면 벌을 받고 만다.
착하고 심성 바르고 인물도 그만하면 잘생긴 편이며 키도 크다.
공부만 잘하면 빠지는 곳이 없을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므로 해서
남편과 나는 10년을 같은 대화를 나누며 다툰다.
나의 게으름이 아들에게도 게으르다는 남편의 말은 인정한다.
내 몸이 힘들다는 구실로 아들에게 소홀했고
직장이라는 이름으로 아들을 방치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아들이 자라면서 엄마로서 한계도 인정한다.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있되 아버지가 없다.
남편이 집에 있으면 집에서 나가버리는 아들
함께 있으면 언제 터질지 몰라 긴장하다가 지쳐 몸살이 날 지경인 나
아버지와 아들을 목말라 하면서 왜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지
도로아미타불을 열심히 뇌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