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왕의 남자를 보고

사춘기 2006. 2. 28. 10:13

프로필에 올린 사진이 저작권에 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원하는 포즈이기에 마음에 들어 올렸다.

연기지만 눈 감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남자의 표정이 마음에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즈다.
 

왕의 남자를 초대권이 생겨 봤다.

봐야지. 봐야지 벼르다가 발목을 다쳐 주춤거리는 사이 간판을 내릴 때가 된 지금에서야

자기는 봤다고 생긴 초대권을 인심 쓰듯 주는 초대권으로 아슬아슬하게 봤다.

사람들 말대로 잘 만든 영화다.

보는 내내 가슴에 감동이 벅차오르고 슬프게 하고 기쁘게 하는 광대처럼

영화가 꼭 광대인 것 같다.


내가보는 사족이라면 마지막 장면이 없었더라면

그냥 줄 위로 뛰어오르며 환희에 찬 몸짓으로 멈춘 화면이 하얗게 이어지고

출연자 이름이 이어졌더라면 감동이 더 진하고 여운도 길지 않았을까.

결론은 관람자의 몫으로 남기고

 

영화 스캔들에서 이미숙이 쫓겨 가는 배 안에서 날리는 꽃잎을 잡으려고

애타는 표정과 몸짓은 지금도 가슴이 아리도록 슬프다.

왕의 남자의 마지막 장면도 허공에 뜬 채 정지된 그 모습 그대로였다면 하는 마음이다.


영화 진짜 만들었다.

시나리오도 편집도 연기도 모두 잘 된 영화 진짜 잘 만들었다 그치?

잘 만들고 뭐고 간에 찔찔 짜긴 왜 짜냐. 이게 짜는 영화라면 또 몰라

에이 창피해서 같이 못 다니겠다.

에이 영화보고 우는데 객관적으로 우는 장면 웃는 장면이 어디 있냐

내가 슬프면 울고 기쁘면 우는 거지.

너만 우니까 그치. 그게 어디 우는 장면이냐.


이준기의 광대 같은 눈이 서글퍼서

정진영의 연산군의 광기와 아픔을 표현하는 어깨 짓이 슬퍼서

풍년초가 하얗게 지천으로 핀 곳으로 보일 듯 말 듯 길이 보이고

그 길을 관조하듯 흔들리며 바라보는 하얀 들꽃(풍년초)이 슬퍼서

남자를 질투하는 강성연(장녹수)의 새파란 눈빛과

반정군이 와도 피하지 않는 강성연의 표정이 처연해서

하늘로 치솟는 두 광대의 몸짓이

이어서 나오는 하얀 하늘이 서러워서

그냥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나도 그 영화가 왜 그리 눈물이 나오도록 슬펐을까

남편의 말이 아니어도 알 수 없는 슬픔이 온 몸을 저리게 했다.

저릿저릿함 아픔에 잠이 들었고 밤새 꿈에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