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
메일로 온 토정비결을 봤다.
2006년보다 2007년이 좋으니 다음해를 기대하라 한다.
2007년이라도 좋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야지
없는 걸 탓하기보다 아직도 남아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갑자기 당직을 하게 되어 동료와 주거니 받거니 신세한탄을 했다.
원래 31일 당직인데 바꿔달라고 해서 바꾼 거고 난 31일 당직하고 싶었다.
이유는 남편 때문이다.
동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필요할 때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으니까
소중한줄 모르고 모자람만 탓하는 사람
해가 바뀌는 날 혼자 있어보라고 당직한번 참 잘 걸렸다 생각했다
고 대답했더니 동료가 파안대소한다.
직업이 그러하니 모르고 혼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혼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싫고 자꾸 두리번거리며 찾게 된다.
정작 신혼 때는 씩씩했는데 지금은 혼자인 게 싫다.
특히 다가오는 해는 절대 혼자서 맞이하고 싶지 않다.
내 말에 동료는 웃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혼인하고 첫 해 추석에 집을 갔는데 자신은 정작 출근해야 했다.
모르는 사람들만 득실거리고 자신만 쳐다보는 집에 부인을
혼자 두고 출근하는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고 한다.
다음날 배웅하는 부인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남편한테 비슷한 질문을 한 적 있다.
그런 직업인 줄 알고 결혼했잖아
딱 한마디였다.
동료의 말을 듣고 남편도 내게 미안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묻지 못했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 죽어도 좋아 라는 영화를 봤다.
소리가 워낙 작아 절반도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노인들의 애틋한 사랑을 감동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고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가득 찬 싱크대와 텅 빈 전기밥솥을 보면서
세탁기와 전기밥솥 사용법을 남편 책상 위에 놓았다가 도로 가지고 나왔다.
한 번 증발한 수분이 비가 되어 내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