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중요하다
삶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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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역사를 소홀히 다루는 사람들 때문에 흥분한다.
독도가 그러하고 고구려가 그러하다.
친일파 문제 역시 역사를 소홀하게 생각하고
국어를 소홀하게 대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이 내일로는 어제요 어제로는 내일임을 알지 못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족보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정작 우리 조상이 살아온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
식민지시대에 일본사가 국사인줄 알았던 세대에게서
국어와 국사가 대학교 진학하는데 있어서
덜 중요하다고 배우며 자랐기때문일까.
후레자식이라는 말을 큰 욕에 명예를 걸고 싸우면서도
단군에 대해서는 이교도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으니 할 말 없다.
회사에서 회사유물을 전시한다고 한다.
서류나 의류나 사용하던 물건들 사진들
그 무엇이든지 가져오라고 한다.
20년을 넘게 다녔으면 사진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신입연수를 마치고 동기들과 찍은 기념단체사진 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 사진도 역사가 될 수 있겠다.
농촌지도소에서 권장하는 품종이 아닌
토종품종으로 농사를 지으면 용공분자가 되고
돌담이나 흙담을 시멘트블럭담으로 바꾸지 않거나
초가지붕을 스레트나 기와지붕이 아닌 양철지붕으로라도 바꾸지 않으면
좌익좌경분자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조선시대 붕당정치가 사색당파로 국사책에 기록되고
각종사화가 국사시험에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었다.
단순하게 역사적 사실이 좋았을 뿐이었고
읽고나면 괜히 흥분하는 가슴이 내가 그들의 후손이어서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어 내가 역사가 되어가면서
역사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만
나의 이런 말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뿐이었다.
역사라는 것이 뭐 대단한가
내가 살아온 것들이 모여서 공통적인 요소가 모이면
후대 역사책에 기록되고 그게 바로 국사가 되는 것인데
그 국사들이 모이면 세계사가 되는 것이고.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에서 불평등한 대접을 받을 때 그들은 뿌리에 대하여 고민한다.
요란 뻑적지근한 족보를 가진 사람은 그 족보만 열심히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국사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산 인생에는 내 철학과 삶에 대한 애착이 그대로 녹아있다.
내가 산 인생이 역사라면 역사에는 내 철학과 삶이 있다.
우리가 배우는 국사에는 우리 조상들의 인생과 삶이 있다.
족보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족보속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아서 우리들에게 물려주었는가 가 중요하다.
그래서 현재 사는 내 삶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것이기도 하다.
광고의 카피처럼
우리는 후손들이 빌려준 땅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후손의 인생을 미리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상들이 우리의 삶을 빌려 살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