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또 다른 나

사춘기 2004. 2. 5. 13:06

너 하나 남겠구나
               

나 홀로
나와 마주 앉은 밤
누구없나 돌아 보니
너 거기 있었구나

너와 내가 만난 것은
얼마나 긴 인연일까?
만겹 일까
아니면 억겹일까?

어릴 때는
철없어 몰랐고
푸르던 날엔
드센 자아 지나쳐
동행하는 너 모르다가

황혼 길목에서야
비로서 만났으니
안타까워라 내 영혼
뒤늦은 만남에
무엇을 주고 받으랴
그나마 다녀간 흔적
너 하나 남겠구나.

-선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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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랑 닮았다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잘 이라는 뜻은 한번인가 듣기는 했다는 뜻이다.

평범한 얼굴이지만 누구와 닮기도 힘든 얼굴이다.

그런 내 얼굴이 나도 모르게 돌아다니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내가 만든 이름과 같은 이름을 발견했다.

특이한 이름이었기에 절대로 같은 이름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 이름을 둘이나 발견했다.

처음은 신기했지만 두번째는 묘했다.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모르는 내가 오프라인에서 존재한다.

내가 하지 않았는데 내가 한 것이고 

또 나였기에 그 정보를 확인하고 항의할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아닌 내가 한 일을 내가 수습해야 하다니

귀신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제 오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오늘은 남편과 함께 뛴다.

골리앗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동명은 나에게 해가 없지만

오프라인에서 다른 나는 이만 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싸움을 잘 하지 못하는 내가 싸움꾼이 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