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혼자 산다는 것

사춘기 2005. 11. 2. 16:43

휴가면 열심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내 휴가는 병원에 가서 진료 받는 것으로 다 보내고 만다.

이번 휴가도 사흘 내리 병원만 다녔다.

깨진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여름에 남편을 보낸 친구를 만났다.

죽은 사람 산 사람 다 욕하고 흉보면서 울기도 했다.

아버지가 안계시니까 오히려 공부도 열심히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고.

화해하지 못하고 가버린 사람이 야속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단다.

 

무주공산

우리나라 남자들이 혼자 사는 여자들을 일컫는 음담이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고 한다.

남편이 우습다면서 내게 해 준 말이다.

혼자 사는 여자를 무주공산으로 보는 남자들이 많음은

남자들 사이에서 일하는 나도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친구는 말한다.

남편이 있을 때는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신경쓸 이유도 없던 것들이

누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자신 스스로 족쇄를 채우게 되더라고

그게 너무너무 힘들다고 한다.

자신도 자신을 대하는 상대방도 조심스러워 하다 보니 절로 사람을 피하게 된다고 한다.

 

사람들을 상대하며 그것도 여자보다는 남자들과 댓거리 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사업인데

내외를 하며 사사건건 신경쓴다면 어떻게 살라고 잊도록 노력하라고 말해줬다.

이성은 아니라 하지만 몸은 사려진다고 한다.

동네 길거리에서 이웃 아저씨를 만나 안부 인사만 해도

누군가가 눈여겨 볼 것만 같아 불안하다고 한다.

남편이 있을 때는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 이제는 큰 일이 되었단다.

 

남자나 여자나 혼자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지만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해야하고

상의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힘든 일일 것이다.

결혼해서 좋은 것은 아무 때나 이야기 할 사람이 있어서라고 했더니

친구도 맞다고 응수한다.

 

지금은 아이들의 언덕이 되고 태양이 되어 주면서 살기에 힘든 줄 모르지만

언덕이 닳아 없어지면 바람만 황량할텐데 이래저래 혼자 사는 건 힘들다.

힘들어 울고 있는데 딸이 안아주면서 그랬단다.

엄마 오늘은 내 앞에서 실컷 울어 그리고 다시는 울지마 울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

 

울지 않기로 해도 혼자 사는 게 몹시 피곤하다고 한다.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아 저녁이면 파김치가 된다고 한다.

그 친구를 잡고 같이 눈물을 흘려주는 일밖에 난 해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