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사람화
막차는 온다
막차는 온다
한발짝만 빨리 내디디면
길 잃어버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언제나 뒤늦은 우리에게도
차창 가득 풍경들을 싣고 막차는 온다
막차를 타고
어두운 창밖을 내다볼 때,
아픈 풍경들이 코끝을 따라올 때,
우리 속에 조심스레 켜지는 작은 등불
머뭇거리는 아픈 풍경들에게
손 흔들며 가라는
멀어지는 막차의 흔들리는 불빛은
한 마음이 받아 오래 간직하리라
그 마음이 언젠가 막차를 탈 때
창 밖의 마음에게 전해주리라
어두운 세상에서
막차를 타는 우리들이 기다리는 것은
막차가 아니라 막차가 아니라
마음 속에 켜지는 작은 등불이다
-이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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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출연자들의 단어 사용에 어이없을 때가 많다.
동물이 나오는 오락프로그램이 더 심하다.
사람이라는 말보다 인간이란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어느 코메디언의 노고가 크다고 하지만
아무리 인간이라는 말의 뜻이 약간의 비칭이었다 하더라도
동물과 사람에게 쓰는 표현이 엄연히 다른데도
출연자들은 아무런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사용한다.
출연자가 잘못한 것인지 작가가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동물은 물론 물고기까지 임신했다고 하지 않나
사람에게 이빨이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초등학생에게는 치아라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한다.
동물에 대한 표현이 비속어여서 뭉둥그렸다고 쳐도
심하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다.
이러다가 사람과 짐승을 칭하는 표현이 같아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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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동물
이(齒牙-어르신의 이를 말할 때 ) 이빨
목 모가지
임신 새끼 배다, 알을 배다.
밥 먹이, 모이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것은 힘들다.
오래 정들었던 옛 집에 미련을 과감하게 떨치고
이 공간에서만 움직이는데도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다.
메모를 하지 않고 글을 쓰니까 생각나지 않아 계속하기 힘들다.
시골에 라디오가 공급되어 서울 말씨를 많이 접한 젊은이들이
진지 잡수셨어요 라는 말 대신
식사하셨습니까 하고 동에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니까
어른들이 저 ** ** 건방지게 어른에게 식사라고 한다고
여지없이 야단치시던 모습이
왜 갑자기 떠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