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媤)
사무실을 옮기고 그 여파로 허리가 많이 아프다.
추석에도 차례만 겨우 지내고 명절이나 되어야 만나는 동생도
겨우 앉아 치레하고는 다음날도 내내 누워 지냈다.
동남아 서남아 다 다녀온 셈이다.
결혼식을 올린지 이제 몇달이라고
동서 입에서 헤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라는 말이 나온다.
거 안고쳐지는데 방법 없는데 진짜 헤어질겨?
헤어지죠 뭐
어머니께 모두 말씀 드렸어?
동서는 말이 없다.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마라 소용없다.
막내동서의 다툼이 차례를 지내고도 계속 화제로 오른다.
그러다가 내 차례
제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고 묻지도 마셔요.
시고모의 말씀을 시어머니와 시숙 그리고 손위 시누이 앞에서
무우 자르듯 딱 잘라 말했다.
그래봐야 너만 손해다.
속끓이다 병나면 너만 손해다.
죽은 너희 동서 봐라.
(모든 사람들이 속끓이다 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믿는다.
가해자라고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시숙조차도 인정한다)
시어머니의 이 말씀은
니가 잘나봐야 얼마나 잘났냐 그렇다고 내 아들 이길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다가 병나면 너만 손해고 죽어도 네가 죽지 내 아들 죽냐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
한 쪽이 지면 돼
시고모가 계속 강조한다.
한 쪽이 지면 돼.
누가 지고 싶은데요. 평생 지며 살고 싶은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요. 고모
막내동서가 한마디 하고는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차례상을 물리고 늦은 아침이라 시동생과 시숙이
상을 차리기도 전에 수저를 든다.
아들도 덩달아 같이 먹는다.
상을 차리느라 분주한 저희 엄마(나)가 안쓰러웠는지
엄마도 빨리 먹어 같이 먹어
어라 저희 엄마 챙기는 거봐 엄마 챙기네
시어머니의 말씀
아들은 시댁에서 단돈 만원짜리 한 장 용돈으로 챙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