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열쇠
사춘기
2005. 9. 1. 16:18
열쇠를
쥐고 있는 손
여는 손인가
잠그는 손인가
점심을 다 먹고도 일어설 줄 모르는 직원
난 마귀인가
엥? 뭔 말?
오순도순 마주 앉아 먹다가 종교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는 말이다.
말인즉
결혼 조건으로 교회를 다녀야 한다 에서
그렇게 하마 흔쾌히 대답했는데(여자가 좋은데 무슨 말인들 못할까)
막상 다녀보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
어영부영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고 그러다가 아예 빠지고
참 이상한 게 부인에게 끌려서 억지라고는 하지만
다닐 만큼 다녔는데 말씀이 왜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왜 그리 졸음만 오는지
사실 어떤 종교든지 다 좋은 말씀인데 말이야
이제는 자식 놈들이 아빠 땜에 천당에 못갈 거 같다고 한다나.
왜 마귀에 씌었다고는 안 하고?
왜 안 그래
내가 마귀지
일요일이면 식구들과 함께 산에도 가고 싶고 취미생활도 함께 하고 싶은데
남들 식구들끼리 놀러가고 하는 거 보면 부럽지
식구들은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한다.
교회에 가야할 사람은 가야하고 산에 가야할 사람은 가야하니
산에 있는 교회에 다니면 되겠네.
풋~
곁에서 밥을 먹던 직원이 웃고 만다.
종교잡지에 실려 있는 열쇠 사진 한 장
여는 열쇠일까 잠그는 열쇠일까
나는 내 안의 열쇠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