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나? 누군데?

사춘기 2005. 8. 26. 10:04

일주일간 조원들이 모여 회식을 했다.

내 모습을 아는 직원들은 술을 권하지 않는다.

눈치 없는 팀장 하나는 여전히 술을 권한다.

편두통은 내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한다.

술이 오른 직원 하나가 한 마디 한다.


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습니다.

보기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전에는 전에 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아직은 순수해서 그래서 아직은 순수해서 좋습니다.

그 나이에 순수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나는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하지 못했다.

그래도 성적은 상위권(최 상위권이 아닌)에 속했다.

그게 남에게도 내게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너도 나도 공부한다고 공부하는 분위기에 휩싸였을 때

나라고 별 수 있을까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 본 순간 학교가 뒤집혔다.

국민학교 6년을 1등을 놓치지 않은 아이가 내게 앞 석차를 내 줬다.

나도 그 애도 물론 모두 놀랬다.

흔히 말하는 기적이라는 것이 일어난 것이다.

소설 속에서 말하는 변화가 내 주위에서 일어났다.


직접적으로는 그 애가 내게 폭력이라는 것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웃동네에 사는데 시오리가 넘는 등하교 길에서 이루어지는 몰래 행사는

여린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찼다.

그 애는 나보다 두 살이나 많았고 성격도 영악했다.  

난 감각으로 그 애보다 성적이 앞서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모든 게 그랬다.

부딪쳐 깨기보다 피했다.

기말고사에 내가 다시 앞선 성적을 올렸으면

그 애가 다시는 나를 때리지 못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피했다.

지금까지 직장생활도 결혼생활도 아들도 그렇게 키웠다. 

문제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금도 고치지 못하고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 증거가 무협지를 끼고 사는 것이다.


지금 나는 내가 아니다.

그렇다고 남도 아니다.

나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너도 아닌 나도 아닌

나에게는 나 아닌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다.

때로는 분신인 아들마저 내밀고 있다.

텅 빈

있는 것도 아닌 없는 것도 아닌

나는 누구고

있는 건가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