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냉장고

사춘기 2021. 7. 26. 22:53

오늘 불볕 더위를 뚫고 냉장고를 샀다.

언제 고장날 지 모르는 불안이 밖으로 내몰았다.

전자제품 매장 건너에 사는 후배도 불러냈다.

가로수가 없어 그늘도 없는 길을 아픈 발가락으로 걸어왔다.

미안해서 시리얼강정과 수제 요쿠르트와 마스크 끈을 준비해 건넸다.

매장 직원을 졸라 사은품도 주게 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여섯 시 반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냉장실만 그러나 싶어 냉동실을 열었는데 마찬가지다.

!!!!!!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어쩌나.

주말인데

서비스센터 접수시간도 끝났는데

지금 냉장고가 꽉 찬 상태인데.

여기 저기 만져도 냉장고 몸체는 서늘하다.

모터가 돈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뒤에 모터를 만져도 미지근하다.

저녁을 먹고 배부름도 공포가 몰아낸다.

 

다행히 냉장고는 저 혼자 돌기 시작했다.

냉장실도 냉동실도 시원하고 서늘하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실내자전거로 갔다.

조마조마한 주말을 보내고 즉시 전자제품 매장으로 갔다.

요리 재고 조리 재고 결론은 기본형이자 보급형으로 샀다.

IOT를 쓸 시간은 아직 멀었다.

한국 생산품을 요구했는데 기본형은 모두 외국 생산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백만원 정도 더 얹어 사기엔 

내 살림 규모는 형편없이 작다.

배달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월말이면 가능 할 거라 한다.

다행이다.

그 때까지 냉장고는 쌩쌩하게 돌아 내가 미안해 했으면 좋겠다.

부품이 없어 손잡이를 끊어진 채 쓰고 있는 거지만.

냉장고는 팔백리터 대 투도어로 가격은 이백오만 원 3개월 무이자 할부다.

 

냉장고야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