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사춘기
2020. 2. 7. 00:03
어제 만든 두부는 프라이팬에 지져 핫도그 소스를 찍고
달걀 두 개는 치즈를 넣어 말아 빵 위에 얹고
바게뜨빵 세 조각은 프라이팬에 굽고
반찬은 봄동김치 하나
어제 내린 식은 보이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문득 흔히 말하는 차 한 잔의 여유가 이런 건가.
사십여년에 가까운 경제활동을 마치고
쥐꼬리만한 연금과 보험료에 의지하면서
줄어든 생활비에 맞추려 노력하는 나를 보며
사십여년 동안 뭐했나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가 내게 있었구나.
오늘을 잘 살자.
되뇌고 세뇌하면서 남에게 강조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오늘이 즐겁지 않으면 내일도 즐겁지 않다.
즐겁지 않은 어제가 즐거운 오늘을 만들지 못하듯.
오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맛있는 반찬은 아니지만
비싼 차는 아니지만 나는 차 한잔의 여유를 가졌다.
양치하고 소화를 위해 움직이고 등을 붙이고 있는데 아직은 출근하는 동기가 전화를 했다.
감기에 걸리지 않고 잘 살고 있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요란한데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이 걱정되어 전화했다고.
사진 강의가 취소 되었다고 강사의 전화도 받았다.
종일 영하인 겨울 햇살을 침대에서 즐기며 나도 모르게 얼굴 근육이 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