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없다.
어떤 일을 처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그 업무처리에 관한 감사를 받았다.
최종 마무리 시 잘못 처리했다는 시인서를 요구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허위보고라는 것이다.
적정하지 않은데 적정하다고 보고서를 작성했으니
허위보고서라는 것이다.
기가 막히고 어이없어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감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해명하고 변명하고 매달리고
결과는 잘못처리했다는 처분을 받았다.
처분의 원인이 허위가 아니라 소홀이라는 것으로 바뀐 것 뿐.
동료가 위로의말도 원인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정답이 없는 것은 법을 적용하는데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내부 일을 할 때도 있었고 외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외부 일을 할 때는 아무래도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많이 만나게 되면 다툼도 많아져서 이의 신청으로 제기될 때도 있다.
이의 신청이 제기되면 조사를 받는다.
내가 잘못했다고 느끼고 시인한 이의 신청도 있었고 시인하지 않은 신청도 있다.
시인하지 않은 신청으로 질책 받고 돌아와 억울해서 씩씩거린 신청은
두고두고 응어리로 남아 나를 괴롭혔다.
나이를 먹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그 때 이은 신청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곱씹다가 드디어 머릿속이 환해졌다.
억울해 할 필요가 없었던 일로 나를 소진했었던 거다.
역지사지까지 갈 필요가 없다.
해석은 한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날 처음으로 개똥철학이라는 걸 인지했다.
사람사는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집 콕하면서 잡다한 지식들을 수집하면서
머릿 속으로는 살았던 장면과 생각들이 자주 떠올라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정답이 없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